금고엔 골드바, 소파엔 1000만원권 수표…첩보영화같은 세금추징

    입력 : 2017.12.11 15:17

    /뉴시스

    A씨는 갖고 있던 땅이 수용되면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양도소득세 30억원을 내기 싫었고, 그가 택한 방법은 위장이혼이었다. 그는 국세청에 “재산을 배우자에게 넘겨 세금을 낼 돈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국세청 추적결과 A씨는 이혼했다던 배우자 B씨 명의의 집에 같이 살고 있었다. 국세청 공무원들은 경찰을 대동해 B씨의 집으로 들어가 수색을 단행했다. 집에서는 금고 2개가 있었고, 그 안에는 5만원권 지폐 4억3000만원 어치, 골드바 3개(4억5000만원 상당)가 나왔다.

    수색 직후 A씨는 세금 4억원을 자진납부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와 별도로 허위매매 부동산 거래에 대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통해 A씨로부터 18억원의 채권을 확보하고, 친인척 명의 계좌에 은닉된 수십억원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했다.

    11일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체납자 재산 추적 사례를 보면, 탈세 또는 체납자에 대한 추적 과정은 첩보영화를 연상케 한다.

    현행 국세기본법 26조에 따르면 세무공무원은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필요할 때에는 세금 체납자의 가옥ㆍ선박ㆍ창고 등을 폐쇄된 문ㆍ금고 또는 기구를 열게 하거나 직접 열 수 있다. 영장은 없어도 되지만, 당사자에게 세무공무원을 표시하는 증표(공무원증 등)를 보여주어야 한다.

    국세청 직원들은 주거 수색에 앞서 주거지와 사업장 주변에 대한 탐문 조사를 해 체납자의 실거주 여부, 차량 운행 시간 등을 미리 파악한다. 특히 빈집은 수색할 수 없기 때문에 외출 시간을 먼저 파악하는 것은 필수다.

    자택 수색에 들어가도 금고를 열어주지 않거나 은밀한 곳에 돈을 숨겨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 체납자 C씨는 소파를 활용해 돈을 숨기려다 덜미가 잡혔다. 그는 소파 등받이에 1000만원짜리 수표 등 4000만원을 숨겨놨다가 적발됐다. 종합소득세 등 80억원을 체납한 D씨는 자녀가 대표자로 있는 미술품 중개법인 등 6곳에 미술품 60점을 숨겨놨다가 압류당했다. 감정가만 2억원 어치다.

    부가가치세 등 70억 원대 세금을 체납한 E 씨는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사실을 파악하자 아파트 전세금 8억4000만 원에 대한 채권을 배우자에게 넘기는 꼼수를 부렸다. 국세청은 이런 행위가 세금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채권을 다시 원상 복귀하라는 취지의 '사해 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 세금을 추징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이런 방식으로 세금체납 사건을 적발해 올해 10월까지 총 1조5752억원의 세금을 징수하거나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전년 동기 징수액(1조4985억원)보다 5.1%(767억원)가 늘어났다.

    최정욱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공개된 고액ㆍ상습체납자 명단을 참고해 은닉재산의 소재를 아는 국민의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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