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타들 "국기 못 달아도 평창 간다"… 푸틴 "안 막겠다"

    입력 : 2017.12.08 03:02 | 수정 : 2017.12.08 09:17

    [평창 D-63]

    아이스하키 수퍼스타 오베츠킨·올림픽 피겨 전설 플루센코 등 "러시아 유니폼 못 입어도 가야"
    메드베데바·안현수도 출전할 듯

    푸틴 "개인 출전 허용" 발언 직후
    IOC "폐회식때 국기 행진 가능"
    IOC·푸틴, 막후 접촉 가능성도

    "러시아 국가 유니폼을 못 입더라도 출전해야 한다."(아이스하키 스타 알렉스 오베츠킨)

    "올림픽을 목표로 한 선수들은 계속 훈련해야 한다."(IOC 위원·육상 장대높이뛰기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

    러시아를 대표하는 전·현직 스포츠 스타들의 올림픽 개인 자격 출전 지지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언론들도 일제히 '개인 자격 참가 찬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평창올림픽 출전을 희망하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나서는 것을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의 일이다.

    푸틴 대통령이 7일 오전 모스크바에서 열린‘러시아 자원봉사자 포럼’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는 참석자들에게 두 손을 들어 답례하는 모습.
    푸틴 대통령은 IOC 징계에 대해“희망하는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푸틴 대통령이 7일 오전 모스크바에서 열린‘러시아 자원봉사자 포럼’행사에 참석해 박수를 보내는 참석자들에게 두 손을 들어 답례하는 모습. /EPA 연합뉴스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과 관련해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고 국기와 국가(國歌), 유니폼도 금지된다.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오는 12일 올림픽 회의를 열어 '선수 개인'의 평창 출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지만, 푸틴 대통령이 방향을 정한 이상 출전 허용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오베츠킨은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워싱턴 캐피털스 공격수로 활약 중인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 스타다. NHL이 평창 불참을 최종 결정하기 전, 올림픽 출전 의사를 가장 강력하게 나타냈던 선수이기도 하다. 오베츠킨은 "모든 선수가 올림픽에 뛰길 원할 것이고, 난 그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베츠킨의 팀 동료인 예브게니 쿠즈네초프도 "나라면 (올림픽에) 무조건 간다. 우리 팀의 경기를 보러 많은 러시아 사람이 링크를 찾을 것이고, 그들이 러시아 국가를 (대신) 불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무대에서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긴 레전드들도 개인 자격 출전 지지 대열에 합세했다. IOC 위원인 이신바예바의 독려 발언에 이어 올림픽 피겨에서 금메달 2개(2006 토리노 개인·2014 소치 단체)를 따낸 예브게니 플루센코(35)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겨 선수들은 올림픽에 가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지 모를 선수가 많다"고 독려했다. 러시아 피겨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그의 발언은 사실상의 '참가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왼쪽부터)오베츠킨, 플루센코, 메드베데바.
    (왼쪽부터)오베츠킨, 플루센코, 메드베데바.
    참여가 불투명했던 러시아 강자들도 대부분 평창에 올 전망이다. 여자피겨 세계 일인자인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도 이미 "훈련에 열중하겠다"고 했고, 쇼트트랙의 빅토르 안(안현수) 역시 개인 자격 출전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 크로스컨트리 세계선수권에서 금 2, 은 3개를 목에 건 세르게이 우스티우코프,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남자 1500m 랭킹 1위 데니스 유스코프, 바이애슬론의 안톤 시프린, 루지의 떠오르는 별 로만 레필로프 등이 평창올림픽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스타이다.

    IOC 결정 전까지 평창 보이콧을 외치던 러시아 현지 언론들의 태도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즈베스티야지는 "러시아의 올림픽 선수들은 어떤 깃발 아래서도 조국의 명예를 지킬 것"이라고 했고, 러시아 스포츠 익스프레스 데일리는 "징계를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우리 선수들의 인생과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러시아의 '온화한 대응'에 대해 외신들 사이에선 "이번 IOC 러시아 징계의 진정한 승자는 바로 푸틴"이라며 IOC와 푸틴의 막후 접촉 의혹을 제기한다.

    러시아가 평창에서 러시아 국기와 국가를 내세울 순 없지만, 100% 중립적 신분이 아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라는 지위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또 IOC가 "평창 폐회식에서 러시아 국기를 앞세우고 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러시아의 자존심을 살려준 것도 막후 접촉론에 힘을 실어준다. 미 USA투데이는 "평창올림픽은 '잠깐의 추방(brief exile)'에서 벗어난 러시아 선수들이 승자처럼 등장하는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는 당초 임원과 선수 등 약 750여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하기로 했으나 규모는 줄어들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푸틴의 개인 참가 허용 방침에 "많은 러시아 선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러시아가 개인 자격으로 참가하면 국가 차원 선수단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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