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밥심에서… "전용 연습장, 꿈만 같아요"

    입력 : 2017.12.08 03:03 | 수정 : 2017.12.08 07:13

    태릉 시절 '찬밥' 女아이스하키… 진천선수촌에서 밤을 잊은 훈련
    예전엔 교통·식사비 각자 부담 "이젠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어"

    6일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대표 종합훈련원(선수촌)의 아이스하키링크장엔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공격수 최지연(19)은 팀 훈련이 끝난 후에도 혼자 슛 연습을 했다. 골문을 향해 수십 차례 퍽(puck)을 날리면서도 지친 기색보다는 즐거운 표정이 더 묻어났다. 최지연은 "전용 링크가 생겨서 마음대로 연습도 더 할 수 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몸은 힘들어도 기쁜 마음으로 평창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지난달 말부터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하고 있다. 여자팀은 빙상 훈련 두 번과 체력 훈련 등 매일 6시간씩 땀을 쏟으며 '평창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팀은 매주 금요일마다 국내 남자 고교·대학팀과 친선 경기를 하거나 5대5 미니 게임을 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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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진천선수촌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7일 선수촌 내 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마친 후 포즈를 취했다. 대표 선수들은“이곳에선 숙소, 교통, 음식에 신경 쓰지 않고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기쁘다”고 입을 모은다. /이진한 기자
    평창올림픽을 앞둔 여자 대표팀의 각오는 남다르다. 한국(세계 랭킹 22위)은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2그룹 A(4부 리그 격)에서 5전 전승을 기록했다. 내년부턴 사상 처음으로 3부 리그(디비전 1그룹 B)에서 뛴다. 세계 여자 아이스하키는 6부 리그로 이뤄졌다. 1부 8개, 2부 6개, 3부에 6개 국가가 속해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과 함께 B조에 편성된 스웨덴(5위)·스위스(6위)는 1부 팀이고, 일본(9위) 역시 2부 정상권의 강호다.

    우리 대표팀은 예전 국가대표 훈련장이 있었던 태릉선수촌에선 '곁방 신세'였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피겨 등 다른 빙상 종목 대표팀에 치였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남들이 훈련을 마친 후인 저녁 8~10시에서야 링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골리(골키퍼) 신소정(27)은 "빙상은 종목에 따라 요구하는 빙질 강도가 다르다. 아이스하키는 얼음판이 강해야 한다"며 "태릉선수촌 링크에선 4종목이 함께 훈련하다 보니 우리가 바라는 빙질은 기대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태릉선수촌 시절엔 합숙 훈련도 못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종목 선수들에게 방이 먼저 배정됐다"고 말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선수 400여명만 합숙시킬 수 있는 선수촌의 방을 얻지 못해 매일 출퇴근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 6만원인 훈련수당을 쪼개 교통비·식사비도 알아서 부담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진천선수촌이 문을 열면서 비로소 훈련에 매진할 환경이 갖춰졌다. 여자 대표팀은 이곳 국제 규격 아이스하키링크장(3300㎡)과 대형 숙소(1100여명 수용 가능)를 사용하며 지난달 20일부터 합숙 훈련을 하고 있다. 매일 세 끼 뷔페식으로 제공하는 선수 식당에서 마음껏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지난 3월 귀화한 랜디 희수 그리핀(29)은 "훈련 후 선수 식당에서 먹는 갈비가 최고다. 교통, 음식 걱정 없이 오직 아이스하키에만 몰두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오는 29일부터 2주간 미국 전지훈련을 떠난 뒤 다시 진천선수촌으로 돌아와 올림픽을 대비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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