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7명 중 1명은 어디 사는지 모른다

    입력 : 2017.12.08 03:10 | 수정 : 2017.12.08 09:14

    ['성범죄자 알림e' 서비스, 거주지 정보 실제와 달라 허점]

    범죄자들 이사하고도 늑장 신고… 여관·고시원 옮겨다니며 거주
    경찰, 규정 없어 강제확인 못해
    경찰·법무부·여가부 3단계 거쳐 정보 업데이트에도 2개월 걸려

    청와대는 지난 6일 '조두순 출소 반대' 국민 청원과 관련해 "재심청구는 불가능하지만 조두순 출소 이후 불안에 떨고 있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국민을 위해 신상정보를 5년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일명 '나영이 사건'의 가해자다. 2009년 조두순은 징역 12년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공개 5년 형을 받았다. 조두순의 신상정보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 그러나 출소 후 조두순의 정확한 실거주지를 '성범죄자 알림e'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여기에 등록된 성범죄자 거주지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성범죄자 인권 보호를 이유로 이 사이트에 등록된 정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처벌받는다. 이런 법 규정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의 효용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범죄자 수는 4136명. 올해만 1059명이 추가됐다.

    부실한 성범죄자 거주지 관리

    2014년 감사원은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3835명 중 신상정보 공개 명령과 보호관찰명령을 함께 받은 1068명의 거주지를 분석했었다. 이들 중 148명의 주소는 경찰이 파악한 실거주지와 달랐다. 7명 중 1명꼴로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거주지가 틀린 것이다. 부실한 관리는 경찰이 파악한 성범죄자의 주소지가 법무부를 거쳐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관리하는 여가부에 통보돼 정보가 수정되는 데 최대 2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 및 성범죄자 알림e 등록 대상자 수 그래프

    경찰은 신상정보 공개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3개월에 한 번씩 거주지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법무부에 통보한다. 법무부는 이를 여가부에 알린다. 여가부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온 주소지 정보가 의심스러운 경우 재확인을 요청해서 올리는데, 그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했다. 정보 공개 대상 성범죄자들은 거주지를 옮길 경우 20일 이내 경찰에 알려야 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500만원 이하'에 처해진다. 그래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 2012년에는 성범죄자 김모씨가 충남 아산에서 경남 진해로 이사하며 전입신고 했지만, 경찰에는 5개월이 지나서야 알렸다. 그사이 김씨는 창원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했다.

    성범죄자들은 자신의 주소를 여관·고시원 등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않고 거주지를 옮긴다. 이들을 관리하는 한 일선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과장은 "성범죄자 정보 확인을 위해 실제 거주지에 찾아가 대면 조사를 요청해도 이에 응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며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 등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은 경찰이 성범죄자의 실제 거주지를 확인할 때 범죄자가 대면 조사에 반드시 응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통과되지 않았다.

    신상정보를 제대로 등록하지 않는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선진국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선 성범죄자가 이사를 갔으면서 신고를 안 할 경우 최대 10년 징역에 처한다.

    다른 사람에게 성범죄자 정보 못 알려

    성범죄자 알림e에 나온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캡처해 소셜미디어 등에서 공유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게시된 정보는 성범죄 우려가 있는 사람을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대학생 김모(23)씨는 친구의 지인이 성범죄 전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소셜미디어 메신저로 범죄 정보를 전송했다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에 처해졌다.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권 선진국인 미국도 피의자의 머그샷(범죄자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아동·여성에 대한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게 더 이롭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재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악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전제로 머그샷 공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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