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돌아간 외국인 노동자도 돌봐야죠

    입력 : 2017.12.08 03:02

    국민훈장 받는 성공회 이정호 신부
    28년간 외국인 노동자 인권운동

    "서부 활극이 시작되었다. 살인, 심장마비, 화재, 에이즈, 산재(産災), 폭력, 체불, 퇴직금…. 하루 종일, 맨날 터졌다.(…) 훌쩍 28년이 흘렀다. 모든 것이 안쓰럽다. 사람, 기계가 아니잖나? 사람, 일회용 컵 아니잖나? 내일도 또 다른 날도 잘 싸우자. 파이팅!"

    경기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관장 이정호(61) 성공회 신부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이 신부가 8일 '2017 대한민국 인권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28년간 좌충우돌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켜온 공로다.

    국민훈장을 받는 성공회 이정호 신부
    국민훈장을 받는 성공회 이정호 신부는“지금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을 도왔다면, 앞으로는 귀국한 외국인을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김한수 기자
    6일 만난 이 신부는 "상금이 200만원이라는데, 1월 9일 성인·학생 40명과 함께 방글라데시에 봉사활동 갈 때 학생 2500명에게 도시락을 대접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이 신부는 남양주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부(代父)다. 1990년 이곳에 부임한 이 신부는 초기엔 닭을 치는 한센인을 대상으로 사목하다 점차 양계장이 가구 공장으로 바뀌면서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챙기며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는 "한센인, 외국인과 어울려 놀아온 세월"이라고 했다.

    지난 28년이 '한국에 온 외국인을 돌보는 것'이었다면, 이제 이 신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애프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다 귀국한 외국인들을 도우며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것이다. 2016년부터 매년 초 방글라데시를 방문,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에서 받은 상처를 한국인들이 치유해 주자는 뜻이다.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못 받은 임금·퇴직금 받아서 보내주고, 도망치다 떨어져 발뒤꿈치가 으스러진 채 귀국한 노동자의 최소 생활을 도와주면서 상처를 보듬자는 겁니다."

    이 신부는 "다행히 마석에서 일하다 추방된 사람들이 주축이 돼 '한국―방글라데시 우호 협회(KBFS)가 만들어지는 등 인연의 고리는 만들어졌다"고 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방과 후 학교를 만드는 등 자조(自助) 활동을 펴고 있다. 그는 "방글라데시에 갈 때마다 감동, 환희, 좌절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방과 후 학교 교훈(校訓)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자'랍니다. 속으로 '가진 것도 없는 친구들이…' 싶지만 한편으론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지난봄 딸 결혼식을 치른 이 신부는 축의금 160만원을 보내 어린이 2000명에게 도시락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 신부는 "흔히 외국을 도울 때 범하기 쉬운 실수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돕는 것'입니다. 그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도우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작년 초 방문 때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선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거리를 깨끗이 하는 방법부터 알려주자는 뜻이었다. "1년이 지나 올해 초 다시 가봤는데 쓰레기 분리수거함이 망가지지 않고 남아있더라고요.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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