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12월이면 찾아오는 등단夢

  • 전영규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자

    입력 : 2017.12.08 03:02

    전영규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자
    전영규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자
    작가 지망생에게 신춘문예 시즌인 12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경기를 앞둔 운동선수처럼 "이때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버틴다. 나 또한 그 압박감에 소화제와 두통약을 수시로 복용하며 작품 마감에 집중하곤 했다. 온 힘을 다해 지겨울 정도로 수십 번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런 나날이 몇 년간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온갖 미신(迷信)에도 예민해진다. 장군보살 아줌마는 내게 "물을 가까이하라"고 했다. 이후 휴대폰과 컴퓨터 배경 화면을 모두 푸른 바다 사진으로 바꿨다. 책상에는 작은 어항을 뒀고, 틈만 나면 강변 근처를 걸었다.

    이 시기만 되면 기묘한 꿈을 자주 꿨다. 꿈에서 나는 만삭의 배를 움켜쥐고 발을 동동 구르다 깨곤 했는데, 어떤 날은 배가 너무나 부풀어 있었다. 병원에서는 쌍둥이라고 했으나 끝내 아이는 낳지 못했다. 만삭의 쌍둥이 임신부가 된 꿈을 꾼 그 해, 어느 문예지 신인상 본심 심사평에 내가 보낸 두 편의 글이 언급돼 있었다. 꿈이 암시하는 바가 너무도 명확했다. "이번 꿈에 임신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으리라" 다짐하며 잠이 들었다. 길몽이라 하기에 뭔가 아쉬운 꿈의 연속이었다. 오랜만에 학교 은사님이 나오셔서 악수를 청하며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든지, 산수 좋은 계곡에서 목욕하다 미처 다 씻지 못하고 잠에서 깨는 꿈들…. 그런 꿈이 정확히 신춘문예 시즌에 찾아와 괴롭혔다.

    [일사일언] 12월이면 찾아오는 등단夢
    그러던 어느 날, 흰 호랑이가 내 손을 꽉 무는 꿈을 꿨다. 잠에서 깨고 나서도 물린 손이 뻐근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순간 호랑이에 물린 것처럼 정신이 아찔했다. 내 생애 최고의 등단몽이었다. 그때 결심했다. 지금부터 호랑이 기운 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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