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배울 건 핀란드의 '태도'다

    입력 : 2017.12.08 03:14

    정경화 사회정책부 기자
    정경화 사회정책부 기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연일 "핀란드에서 배우자"고 한다. 지난달 28일엔 청와대에서 혁신인재양성 정책을 발표하며 핀란드 게임회사 수퍼셀(Supercell)을 소개했다. "노키아 해고 직원이 만든 벤처회사인데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핀란드 창업 붐과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그 바탕에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자기주도적인 활동을 펼치는 혁신적인 핀란드 교육이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그 전날 고교학점제 도입 계획을 발표할 때도 핀란드 학사제도를 예로 들었다.

    수퍼셀 창업자 일카 파나넨(Paananen)은 노키아 해고자가 아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수메아, 디지털초콜릿 등 게임 회사를 여러 번 차렸던 게임 마니아다. 노키아 출신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기는 했다. 또 수퍼셀과 로비오(Rovio) 등 스타트업 몇 곳이 대박을 터트렸지만, 핀란드 청년 실업률은 20%대로 여전히 매우 높다. 성공한 벤처기업 몇 곳 있다고 고용이 크게 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인 노키아는 전성기에 2만5000명을 고용했는데, 핀란드 게임 산업은 전체 고용 인원을 모두 합해도 3000명이 안 된다. 수퍼셀 직원은 전 세계 합쳐 210명에 불과하다. 예를 들 때는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핀란드 학생들이 학교 복도 한쪽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늦어도 오후 3시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조선일보 DB
    한국에는 유독 '핀란드를 본받자'는 목소리가 높다. 매년 교육 연수로 핀란드를 방문하는 교사·공무원이 어림잡아 1000명에 이른다. 사교육 없이도 학업 성취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핀란드 교육 시스템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은 좋다. 그런데 제대로 살펴보면 핀란드 교육 역시 여러 고민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디지털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사들, 남녀 학생 간 벌어지는 성취도 격차, 학교 폭력 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이민자가 늘면서 OECD 학업 성취도 순위도 조금씩 하락 추세다.

    핀란드는 문제를 맞닥뜨리면 늘 '핀란드만의 길(The Finnish Way)' 찾기에 몰두했다. 전 세계 교육개혁의 흐름이 '경쟁'을 강조할 때, 인구가 적은 핀란드는 똘똘 뭉치는 게 중요하다며 '협력'과 '평등'을 최우선에 둔 교육개혁을 추진했다.

    학교 폭력 문제도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자 지원보다는 "학폭을 방관하는 제3의 학생이 적극적으로 피해자 편에 서게 하자"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업에서 뒤처지는 경향이 심화하자 보드게임 등 남학생의 경쟁심을 자극해 학습 의욕을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많은 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법석을 떨지만, 핀란드 교사들은 "교육의 본질인 협동심과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면 디지털화에도 대비할 수 있다"며 차분한 편이다. 이처럼 다른 나라 제도를 베끼기보다는 기존 방식의 장점을 살리고 핀란드식 해법을 찾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특정한 제도나 방식이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우리만의 해법을 찾는다'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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