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강행에… 中企들 "머리띠 매자" 격앙

    입력 : 2017.12.07 19:31

    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은 "빨리 입법해야" 독자 목소리

    7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의 박용만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찾아가 홍영표 상임위원장(자유한국당)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삼화 국민의당 간사를 만났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가 근로시간 단축 입법을 조속하게 처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제 단체의 장(長)이 ‘현행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입법’ 처리를 요청한 것이다. 박 회장은 “상공회의소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는다”며 “기업들을 설득할 부담이 대단히 크지만, 입법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현재 정치권의 근로시간 단축안은 영세한 중소기업에 타격이 너무 크다”고 반대하고 있다. 경총의 고위 관계자는 “대한상의는 다른 경제 단체들과 사전 상의도 없이 재계(財界) 전체 입장인 것처럼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의 고위 관계자는 “대한상의는 중소기업들의 현실도 제대로 모른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가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가운데 경제 단체들 간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그동안 노동계가 ‘즉시 시행’을 주장하면 경제 단체들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점진적 시행’으로 맞섰던 사안이다. 과거 경제 5단체(전경련·경총·대한상의·무역협회·중기중앙회)는 근로시간·최저임금과 같은 노사 문제에 대해서는 경총의 대표성을 인정했고 경총이 다른 단체의 입장을 조율했다. 대한상의의 박 회장이 민감한 근로시간 단축 이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료=통계청

    ◇대한상의 “경제계 대혼란 피하려면 서둘러 근로시간 단축 입법해야”
    대한상의 박 회장은 이날 “현재 대법원 판결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근로시간 단축) 입법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경제계의 복잡한 사정이 숨어 있다. 현재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지만 그 안의 계산법은 복잡하다. 현행법이 정한 법정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를 합친 총 52시간이다. 여기에 정부는 지금까지 휴일 근무(토요일과 일요일 각 8시간)는 연장 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릴 변수가 등장했다. 대법원이 내년 1월 ‘휴일 근무를 연장 근로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에 대해 공개 변론을 할 계획이다. 8년 전 경기 성남시의 환경미화원 등 일부 근로자가 “휴일 근무는 연장 근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연장 근로수당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며 제기한 소송이다. 통상 대법원은 공개 변론을 한 뒤 2~3개월 후 판결을 내린다. 대법원이 이런 주장을 인정하면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은 곧바로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고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박 회장은 재계가 양보하더라도 이런 최악의 혼란을 막자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환노위는 지난달 23일 여야 간사들이 근로시간 단축 3단계 시행안에 합의했다. 이 안에 따르면 종업원 수 300인 이상인 기업은 내년 7월부터 근로 시간 주당 52시간으로 줄어든다. 50~299인은 2020년 1월, 5~49인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이와 함께 휴일 근무 임금은 현재 평일 근무의 50% 할증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휴일 근무 할증은 여야 간사 간 합의 후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100% 할증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중기들 “영세 업체들만이라도 적용 시점 늦춰달라”
    중소기업계는 국회의 잠정합의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사옥. 300여 명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KBIZ 혁신 포럼’은 순식간에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정책을 비판하는 성토장으로 변했다. “대체 중기중앙회는 말도 안 되는 근로시간 단축안을 왜 못 막는 거냐” “머리띠라도 매고 국회로 가자”는 테이블마다 강성 발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는 19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 회견을 열 계획이다.

    중소기업계는 여야합의안인 3단계 시행이 아닌 4단계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핵심은 ‘5~19인 영세 중소기업에는 실태 조사 후 탄력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중기중앙회의 이흥우 부회장은 “중소기업들은 직원을 뽑고 싶어도 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부족 인력만 현재 26만명 정도에 달한다”며 “근로시간 단축하면 중소기업(종업원 300인 미만)에서만 추가로 44만명의 인력이 더 필요한데 어쩌란 거냐”고 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특별 연장 근로’의 허용도 주장하고 있다. 기업의 노사가 합의할 경우 최대 근로 시간과 별개로 주당 8시간의 추가 근로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중기중앙회의 정욱조 실장은 “2015년 노사정 합의안에서 특별 연장 근로를 한시적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던 내용까지 이번 정부가 파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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