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不在 부각시키는 외신… "日 기업들에 기회"

  • 신은진 기

    입력 : 2017.12.07 19:22 | 수정 : 2017.12.07 23:27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으로 쓰러진 지 3년 반이 됐다.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도 지금 구치소에 있다. 경영 톱2인의 부재가 계속되고 있는 삼성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이건희 회장 병상에서 취임 30주년’이라는 기사에서 삼성그룹의 현 상황을 자세히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창업 이래 최대 위기’ 스캔들에 휘말린 삼성그룹이 최근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 등 다양한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보도에 대해 재계에서는 “최근 일본 언론에서 삼성 관련 보도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며 “삼성의 위기가 일본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삼성 관련 보도를 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신보도

    ◇“도시바·샤프·소니, 한국 기업 제칠 기회 드디어 온 것”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이건희 회장 취임 30주년’을 보도하면서 “삼성전자에서 중대 발표를 할 때마다 한국 언론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경영’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띄지만 경영 관여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썼다. 또 “이 부회장은 ‘선대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삼성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이런 점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삼성 간부들은 길어지는 총수 부재에 속을 태우고 있으나 현재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부회장 자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산케이신문 역시 최근 기사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 속에서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는 미국 트럼프 정권이 삼성에 던진 어려운 문제이며, 이번에 새롭게 교체된 경영진의 능력을 평가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 부회장에 대해 “현재 뇌물 공여죄로 1심에서 실형을 받은 뒤 항소 중이며, 창업 이래 최대 위기라는 스캔들에 휘말려 경영 무대에 언제 돌아올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지금은 좋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가 부진에 빠져 지금의 높은 주가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면 ‘주주 행동주의’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들이 기업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투자 수익을 높이려는 행위로, 일각에서는 기업의 장기적 투자를 막고 해외 거대 투자자들의 배만 불려준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면서 “삼성의 세대교체라는 화려한 시기에 일말의 암운이 드리웠다”며 기사를 마무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약점, 어려운 점 등을 부각하면서 ‘이런 위기에 잘못 대처하면 삼성이 쓰러질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기사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중소기업청에서 수석 고문을 지낸 매트 와인버그는 미국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에 기고한 칼럼에서 “스캔들로 빚어진 정치적 변화로 한국 대기업들이 내부적 혼란을 겪으면서, 일본 기업은 잃어버린 입지를 회복하고 시장점유율을 되찾을 기회를 얻게 됐다”고 썼다.

    그는 또 “이 부회장의 재판과 선고 결과가 구체적 증거가 없고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유죄 선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도시바와 샤프, 소니가 한국 기업들을 제칠 기회가 드디어 온 것”이라고 했다.

    ◇외신 “이재용, 정치적 기준에 따라 유죄”
    해외 언론에서는 이 부회장을 한국의 독특한 정치적 사건의 희생양으로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로슬린 레이튼 미국기업연구소 객원 연구원도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본질적으로 이 부회장의 운명은 한국의 경제 성공을 뒷받침한 경제 국가주의에 대한 국민투표에 달려 있다”며 “한국 법원이 경제 국가주의와 기업 오너들을 겨냥한 새 정부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현한 경제 안보 차원의 자국 이익이라는 국제적 흐름과는 확연하게 다른 예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라 트리뷴도 최근 경제학자 가브리엘 지메네스 로슈가 쓴 ‘재벌: 원하지 않는 것을 없애려다 소중한 것까지 잃지 말라’는 칼럼에서 이 부회장이 차기 정부의 적법성에 도움을 줄 박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위해 희생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핵 위협이 점점 가시화하는 지금 한국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성장의 핵심 기둥을 지켜야 한다”며 “재벌을 와해시키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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