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대표'만 있어도 장수한다

      입력 : 2017.12.08 03:02

      [최보윤 기자의 럭셔리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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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서울 DDP에서 열리는 막스마라 ‘코트’ 전시회. 여성 코트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전통 ‘유기’그릇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도 선보였다. ②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서울 DDP에서 열린 루이비통 트렁크 전시회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막스마라·루이비통·에르메스 제공
      곰곰이 떠올려 보자. 내가 잘하는 게 무언지. '내가 XX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의를 달 수 없게 하는 일. 이 말만큼 도달하기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최근 찾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막스마라의 '코트!(Coats!)' 전(展)은 보는 이를 절로 겸손하게 만들었다. 역사 깊은 패션 브랜드가 자신의 아카이브를 공개하며 세력을 과시하는 것이야 새로운 일은 아니다. 이탈리아 등지에 박물관을 가진 브랜드도 여럿이고, 마치 '순회공연'을 하듯 전 세계를 돌며 미래의 소비자를 유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일 품목으로 전시회를 할 수 있는 브랜드는 몇이나 될까? 여러분이 떠올리듯, 아마 손꼽힐 것이다. 얼마 전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어 큰 인기를 끌었던 루이비통의 트렁크, 꿈의 가방이라 불리는 에르메스의 버킨 백, 누빔을 예술로 승화한 샤넬 가방…. 그중에서도 지금 현재 이 지구상에 '코트'만으로 전시회를 꾸민다면, 그건 바로 막스마라가 유일할 것이다. 1951년 아킬레 마라모티가 설립한 막스마라는 '원단'으로 강한 이탈리아 특유의 직조력을 바탕으로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겨울 코트를 하면 떠올리게 되는 '카멜색 코트'. 그것이 바로 막스마라의 상징이기도 하다.

      12일까지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알림 1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놀란 건 단지 66년 역사의 막스마라의 정신을 엿봐서만이 아니라, 또 의상이란 게 그 시대정신에 걸맞게 디자인을 변용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을 확인해서만이 아니라, '코트'라는 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자신감이 주는 당당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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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디자이너와 협업한 막스마라 전시회 내부 인테리어. ②160여년 역사의 루이비통 트렁크와 여행과의 연결성을 담은 전시회 내부. ③서울 청담동 에르메스 플래그십에서 열리는 ‘쁘띠 아쉬(petit h)’ 전시회. 제품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과 원단을 활용해 만드는 장식용 소품 전시회다. ④막스마라 행사에 온 탤런트 오연서. /막스마라·루이비통·에르메스 제공
      지난달 28일 오프닝 행사에는 소녀시대 윤아, 선미, 장윤주, 아이린 등 스타들이 홍콩, 일본, 대만 등에서 온 취재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한껏 받았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토즈의 주세페 카발로,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라울 베르디끼 지사장과 발렌티노 정미정 상무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일원이 한자리에 모이며 성대한 잔치를 축하한 것도 이탈리아 특유의 '패밀리' 기질을 다분히 드러낸 듯 했다. 도쿄(2007) 베이징(2009) 모스크바(2011) 등을 돌며 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전시회이긴 했지만 한국만을 위해 내부 건축부터 모든 제품 구성, 각종 협업, 디지털 아카이브 등을 새롭게 정리했기 때문에 완벽히 새로운 전시회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유명 건축가인 '밀리오레 + 세르베토 (Migliore + Servetto)' 듀오는 7개의 분더캄머(독일어로 '경이로운 방')를 사방형으로 나누어 동선을 효율적으로 꾸몄다. 28일 행사에만 1100여명이 모였는데도 관람에 서로 방해가 된다는걸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 전시를 위해 2017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큐레이터 이대형 예술 감독과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 최초의 한국인 레지던스 아티스트인 강이연 작가가 의기투합한 것도 눈을 사로잡았다.

      '체험'이 중요해진 최근 트렌드에 맞게 직접 입어볼 수 있는 코너를 꾸민 것도 독특했다.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제품이지만, 적지 않은 가격에(그럼에도 상당수는 이미 품절이란다)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옷이 막스마라 코트 아닌가. 무료 전시에서 편안하게 브랜드를 느껴 볼 수 있다는 것도 요즘 말하는 '1등 부심(1등+자부심)'같았다.

      6년 전 이맘때쯤 이탈리아 현지에서 막스마라의 총괄 패션 디렉터 로라 루사르디를 만난 적 있다. 18세인 1964년 보조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이 브랜드를 지킨 '상징' 중 하나다. 넉넉한 풍채로 막스마라 코트를 포근하게 둘러 입은 그녀는 "전 세계를 다니며 인재를 발굴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데는 작은 디테일 차이로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인재의 힘'이 있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칼 라거펠트, 돌체&가바나, 나르시소 로드리게스 등이 막스마라 디자인팀을 거쳤다. 인재를 발굴하는 이를 알아볼 줄 알고, 품어낼 줄 아는 것이 오랜 기간 사랑받는 힘일 것이다. 역사가 길다고만 해서 1등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장점을 파악해 주변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계발할 수 있는 '꾸준함'이다. 그를 온몸으로 증명한 루사르디는 이날도 '인재'를 강조했다. 영화 제목인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을 빌자면 이렇다. '성공하고 싶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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