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구, 한 자녀' 정책에 둘째딸을 버려야 했던 中친부모의 편지

  • 김유진 인턴

    입력 : 2017.12.07 15:00 | 수정 : 2017.12.07 15:02

    1995년 산아 제한과 가난에 몰렸던 중국 항저우의 한 부모는 갓 태어난 딸을 수퍼마켓에 슬그머니 버리면서, 편지 한 통을 남겼다.

    아이의 이름과 태어난 날과 시(時)를 적고는 “하늘이 허락하고 운명이 닿는다면” 항저우 서호(西湖)의 유명한 다리에서 10년 뒤, 20년 뒤 칠석(음력 7월7일)에 딸을 보고 싶다고 썼다.

    미국의 양부모는 입양 딸 ‘징징’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 쪽지를 보관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칠석’이었던 8월28일 징징은 22년 만에 처음으로 서호의 다리에서 중국 친부모를 만났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22년만에 재회한 친아빠 쑤 리다, 친엄마 키안 펜시앙 부부 사이에서 고개를 숙인 징징/ SCMP

    22년 전, 징징은 쑤 리다와 키안 펜시앙 부부의 둘째로 태어났다. 당시 24세였던 엄마는 몰래 아기를 낳기까지 꽁꽁 숨어 있었지만, ‘한 가구 한 자녀’ 산아제한 정책과 빈곤으로 징징을 계속 키울 수는 없었다고. 결국 태어난 지 5일 밖에 안 된 징징을 이 편지와 함께 슈퍼마켓에 두고 와야 했다.

    친부모가 산아제한 정책에 묶여 딸을 버리면서 남긴 편지/ SCMP

    징징은 수저우의 해외입양기관을 통해 1996년 미국 미시건주 허드슨빌에 사는 두 아들을 둔 폴러 부부에게 입양됐다.

    중국 친부모가 남긴 편지 내용은 이랬다.
    “우리 딸 징징은 1995년 음력 7월 24일 오전 10시에 태어났습니다. 가난과 시국으로 인해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딸을 거둬주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이 허락해준다면, 운명이 닿는다면,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10년 뒤, 또는 20년 뒤 칠석 아침에 항저우 서호의 단교(斷橋)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지에 깊이 감동받은 양부모 폴러 부부는 징징이 자라면 이 사실을 얘기해주기로 결심했다.

    2005년에 징징이 열살 됐을 때, 징징의 친부모는 편지에 쓴 대로, 이 다리에서 딸을 기다렸다. 아버지 쑤 리다는 “아침 일찍 가서 ‘징징’이라는 이름을 크게 써서 들고 기다렸다. 다리를 지나가는 여자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징징을 만날 수 없었다. 폴러 부부는 열 살밖에 안 된 딸 징징에게 편지 내용을 알릴 수 없었고, 그래서 대신 다른 사람을 그 다리로 내보냈지만, 중국인 부모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징징과 미국의 양부모 가족/ SCMP

    이후 중국 부모와 연락이 닿아 폴러 부부는 징징의 사진을 보내줬지만, 이후 연(緣)을 끊으려 했다. 징징 친부모의 안타까운 사연이 중국 방송에 소개되면서, 징징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징징의 친부모는 매년 칠석 아침이면 서호의 다리에서 징징을 기다렸고, 이를 본 중국인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다시 폴러 부부에게 연락했다.

    폴러 부부는 딸이 스물한 살이 돼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갈 준비를 하자, 모든 진실을 알려줬다.

    결국 징징은 중국인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도움으로, 지난 8월 스물두 살이 돼 서호의 다리에서 드디어 친부모를 만났다. 징징은 “친부모를 만나게 돼 매우 기쁘고, 나를 그렇게 애타게 찾은 친엄마의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친엄마 키안은 “우리는 아직도 죄책감이 크다. 징징은 우리를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둘 사이엔 언어의 장벽도 있었다. 친엄마는 그러나 “딸이 바르게 성장한 것 같아 기쁘다. 더욱 그리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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