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 조계현'을 만든 3년전 김기태 감독의 전화 한통

    입력 : 2017.12.06 15:38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다. KIA 김기태 감독과 조계현 코치가 2점차 접전을 벌이고 있는 8회말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0.25/
    "형님, 함께 하시지요."
    ◇2012년 LG 트윈스 감독-수석코치 시절의 김기태-조계현. 스포츠조선 DB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 건 늘 김기태 감독(48) 쪽이었다. 김 감독이 2011년 겨울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을 때나 2014년 겨울 KIA 타이거즈 사령탑으로 선임됐을 때나. 그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수석코치 자리를 제의한 인물이 바로 조계현 KIA 타이거즈 신임 단장(53)이다. 그 인연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프로야구팀의 '감독'과 '수석코치'는 어지간한 신뢰관계가 아니고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시즌 내내 벌어지는 악전고투의 현장을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그 험난한 일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오래 전부터 조 단장을 선택해왔다. 2011년 말 LG 감독이 됐을 때부터였다. 그들의 호흡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LG 부임 2년차인 2013년에는 팀을 11년 만에 가을잔치로 끌어올리는 기적을 이뤄냈다. KIA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 지 3년만에 통합우승의 쾌거를 만들었다.
    이들의 '한솥밥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 단장은 김 감독보다 5년 연상의 야구 선배다. 동시대 프로야구 현장에서 리그를 뒤흔들었던 투타 레전드 출신이다. 군산상고-연세대를 거친 조 단장은 해태 타이거즈(KIA 전신)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광주일고-인하대를 졸업한 김 감독은 쌍방울 레이더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다 조 단장이 1998년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긴 뒤 1년 후 삼성으로 온 김 감독과 처음으로 '팀 메이트'가 됐다. 현역 은퇴 후에는 김 감독이 일본으로 코치 연수를 떠나며 자연스럽게 인연이 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마음 속에 조 단장은 늘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각인돼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대표팀 타격코치(김기태)와 수석코치(조계현)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금세 서로의 진가를 알아봤다. 성격이나 야구관 면에서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그래서 김 감독은 2012 시즌을 앞두고 LG 감독이 됐을 때 처음으로 조 단장에게 수석코치직을 제의하기도 했다.
    물론 시련이 없던 것도 아니다. 2014년 시즌 초반, 김 감독이 구단과의 트러블로 자진 사퇴했을 때다. 김 감독은 "나도 떠나겠다"던 조계현 당시 수석코치에게 "형님은 남아서 팀을 꾸려주십시오"라는 요청을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이별했고, 김 감독은 야인이 됐다.
    하지만 세상사는 알 수 없다. 2014년 10월 말이었다. KIA는 당시 야인이었던 김기태 감독을 제8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그 소식을 들은 김 감독이 가장 먼저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당시 LG 2군 감독이던 조계현이었다. 딱 한 마디를 했다. "형님, 함께 하시죠."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조 단장은 당시 신생팀 kt 위즈의 2군 감독직을 제의받고 수락 의사까지 건넨 상황. 만약 KIA행을 택하면 kt 구단이나 당시 조범현 kt 감독에게는 큰 결례를 범하게 된다. 고민을 거듭하던 조 단장은 끝내 결단을 내렸다. 김 감독이 내민 손을 잡기로. 그래서 직접 kt 구단과 조범현 감독에게 찾아가 진심으로 양해를 구한 뒤 김 감독 옆에 섰다.
    만약 당시 조 단장이 애초 계획대로 kt 2군 감독직을 맡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지만, 아마도 KIA의 올해 통합 우승과 역대 첫 수석코치 출신 단장 임명의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 두 사람은 '단장-감독'이라는 새로운 고리 안에서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각기 프런트와 현장의 수장으로서 KIA를 이끌어나가게 된 것이다. 조 단장이 5년 선배지만, 수석코치 시절에는 항상 김 감독을 알뜰히 보좌하며 '2인자의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김 감독 역시 조 단장이 수석코치였을 때 늘 깍듯한 예의를 다 하며 의견을 경청해왔다. 이런 밀접한 관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KBO리그에는 현장 경험이 구단 운영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보편화 돼 있다. 그래서 현재 10개 구단 중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를 제외한 7개 구단의 단장이 전부 선수 출신이다. LG 양상문 단장과 SK 염경엽 단장, 한화 박종훈 단장은 1군 감독까지 역임했다. 지난 3년간 KIA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조 단장은 현장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때문에 팀을 위한 측면에서 보다 원활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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