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도우미' 장시호에게 선처는 없었다

    입력 : 2017.12.07 03:10

    법원, 2년 6개월형·법정 구속… 구형보다 높게 선고
    "박 前대통령·최순실과 공모… 이득은 가장 많이 봐"

    '영재센터 후원금 강요' 1심 재판
    김종 前차관엔 징역 3년 선고, 삼성에 후원금 압박 혐의 무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6일 삼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38)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검찰은 장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求刑)했다. 검찰 구형량보다 선고 형량이 더 무겁게 나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장씨는 지난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올해 6월 1심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됐지만 이날 실형 선고로 다시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장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과 공모해 삼성을 압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 외에, 영재센터를 운영하면서 3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장씨의 혐의를 다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장씨는 대통령과 최순실씨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으면서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영재센터가 최순실씨의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됐다 해도 적어도 이 사건 범행 즈음 가장 이득을 본 사람은 장씨"라고 밝혔다.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장시호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꼿꼿한 걸음걸이로 들어섰던 장씨(왼쪽 사진)가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은 후 수갑 찬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삼성그룹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장시호씨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렸다. 꼿꼿한 걸음걸이로 들어섰던 장씨(왼쪽 사진)가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은 후 수갑 찬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장씨는 작년 11월 구속 이후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자신이 아는 것을 적극적으로 진술하면서 검찰과 특검 수사에 협조했다. 특검 수사에서 최씨의 국정 농단 증거가 담긴 '두 번째 태블릿PC'를 제출했고,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폰'으로 수시로 통화했다고 제보했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독대(獨對)에 개입한 정황, 최씨의 은닉 재산 관련 진술도 했다. 특검 내부에서 그를 두고 '특급 도우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장씨는 최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그만 가리라"고 말해, 최씨가 "(장시호가) 집안을 팔아먹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장씨에게 1년 6개월이라는 비교적 낮은 형량을 구형하면서 "장씨는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한 다른 피고인들과 대조적 모습을 보였고, 실체적 진실 규명에 기여했다"고 했다. 수사 협조에 대해 선처한 것을 인정한 셈이다. 사실상 우리 법은 인정하지 않지만 검찰이 암묵적으로 활용하는 '플리바게닝(수사 협조자에게 형벌을 감경해주는 것)'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장씨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수사와 재판에 적극 협조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죄책이 중하고 피해 금액도 20억원에 달해 그에 맞는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장씨의 범죄 혐의는 징역 10년 이상 선고도 가능하다"며 "검찰이 너무 장씨를 봐줬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검찰의 과도한 플리바게닝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했다.

    장씨는 실형 선고를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법정에 나온 그는 실형이 선고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재판부가 할 말이 있느냐고 묻자 장씨는 "제가 아이와 둘이 지내고 있는데 아이가 지난주 학교를 옮겼고 지금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머리가 하얘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잠시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데 그 점을 참작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김종 前차관
    김종 前차관

    한편 장씨와 공모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3년 6개월이었다. 김 전 차관은 문체부 산하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영재센터에 후원금 2억여원을 내게 한 혐의, 최씨에게 정부 기밀 문건을 내준 혐의, 국회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위증한 혐의 등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다만 김 전 차관이 삼성을 압박해 영재센터에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영재센터에 낸 후원금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 장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하면서 요구한 것"이라며 "김 전 차관이 이 과정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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