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밥 짓는 소리' 나는 식당

  • 김하늘 외식기획자

    입력 : 2017.12.07 03:02

    김하늘 외식기획자
    김하늘 외식기획자
    창문을 열어젖혔다. 눈이 내렸다. 하얗고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한참이나 구경했다. 금세 몸은 추위에 살얼었다. 눈 녹듯 녹이고 싶어졌다. 갓 지은 흰밥과 뽀얀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마을버스를 탔다. 수요에 꼭 들어맞는 북엇국집으로 향했다. 도착해 자릴 잡아 앉았다. 곧이어 한 남자가 들어왔다. "아들이래요!" 목소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 힘차고 당당했다. 두건을 쓰고 앞치마를 두른 여주인은 물개박수를 쳐가며 그의 기쁨에 동조했다. 손가락, 발가락은 모두 열 개인지, 산모는 건강한지, 아이의 이름은 무엇인지 살갑고도 다정한 질문이 이어졌다. 살을 부대끼며 사는 가족 같았다.

    주방 안쪽에서 또 다른 축하의 세리머니가 들렸다. 바로 '밥 짓는 소리'다. 이 집은 올 때마다 압력밥솥의 추가 밥심 같은 증기를 내뿜으며 돌고 있다. 압력에 못 이겨 추가 자전하면서 내는 이 소리만큼 마음을 녹이는 소리가 있을까. 소리와 함께 흘러 퍼지는 구수하고 달큼한 밥 냄새는 어떻고.

    칙, 칙, 칙, 칙! 먼 길 떠나는 작은 꼬마기차 소리 같기도 하다. 깊고 넓은 팬에 참기름을 넣고 황태를 볶는 소리는 자작자작 이슬비 내리는 소리를 닮았다.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는 다가오는 누군가의 구둣발자국 소리와 비슷하다. 일상 속 백색소음과 냄새는 그것을 구성하는 작은 모자이크 같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삶의 감각들이 모여 커다랗고 특별한 무늬로 완성된다.

    '집밥'을 내거는 밥집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밥 짓는 소리는 물론 밥 냄새가 나는 곳은 드물다. 미리 한꺼번에 대량으로 짓고,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담아 온장고에 저장했다가 공급하기 때문이다.

    밥 짓는 소리의 주파수와 밥 냄새에 배인 향수만큼 발걸음을 이끄는 것이 있을까. 다 같은 콩나물 반찬에 된장국이라면, 나는 음과 향을 따라가겠다. 그것이 곧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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