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함께 문화올림픽 즐겨요

조선일보
입력 2017.12.07 03:02

'배리어 프리' 공연 기획자 왕경업

"'저도 공연 볼 수 없을까요?' 이 한 마디가 제 마음속에 훅 들어왔어요. 작년 가을 휠체어를 끌고 학교 공연장까지 찾아온 장애인이었죠. 즐기고 싶어도 장애인 위한 시스템을 갖춘 공연이 많지 않다며 흐느끼시더군요.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왕경업씨
/고운호 기자
스물네 살 왕경업〈사진〉씨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장벽 없는) 공연 기획자다.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든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열리는 문화올림픽을 위해 배리어 프리 공연 기획팀 '링키(Linky)'도 결성했다. 장애인과 문화를 연결한다는 뜻이다. "장애인 관객을 만난 뒤 자료를 찾아보니,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2014년 기준) 1년간 뮤지컬을 본 장애인이 전체 2%밖에 안 돼 충격을 받았지요. 그래서 제가 나서보기로 했습니다."

왕씨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회 경험 없는 대학 3학년생이었다. 지난해 연세대 공연 동아리 '로뎀스'의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라이선스 해결도 못 하고 '해적판'처럼 공연을 올리던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2010년 만들어져 인기를 끈 창작 뮤지컬 '피맛골 연가'(극본 배삼식)의 장소영 음악감독을 찾아가면서 바늘에 실이 제대로 꿰어졌다. 라이선스 사용 허락도 받고 '배리어 프리' 공연 전문가들도 소개받았다.

이전엔 커다란 모니터를 이용했는데, 휴대전화로 시각·청각장애인들도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청각장애인은 자막과 공연 장면이 담긴 설명을 휴대폰으로 볼 수 있고, 시각장애인은 휴대폰 채팅 창에 성우 음성이 전송돼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다. 평창 문화올림픽에서 장소영 감독이 뮤지컬 갈라쇼 등을 맡게 되면서 왕씨도 본격 합류했다. 배리어 프리 제작사 '링키'는 시각·청각장애인을 고용해 프로그램 개발을 함께한다. "누구든지 제 기술을 가져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 일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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