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열 칼럼] '보수 정당 폐허論' 속 洪 대표가 해야 할 일

    입력 : 2017.12.07 03:17

    존재감 없어지는 한국당… 비전, 책임감, 투지 안 보여… 내년 선거 3등도 낙관 못 해
    마지막 기회 책임진 洪 대표… 네 차례 공천으로 망가진 당 '戰士 홍준표' 때 각오로 고쳐야

    권대열 정치부장
    권대열 정치부장

    자유한국당은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별로 놀랍지도 않다. 지인들이 자주 묻는다. "한국당은 언제 살아날까. 내년 지방선거 때는 가능할까?" 그러면 "지방선거는커녕 2020년 총선도 어려워 보인다"고 답한다. 내 생각이기도 하지만 그 당의 여러 중진들 말이기도 하다.

    한국당을 좀 안다는 사람들 얘기를 종합하면 결국 '기본부터 다 망가졌기 때문'이다. 우선 지지층이 거의 다 떠났다. 집권 9년 동안 실망하면서도 반대 당 싫어서 남아 있던 사람들이 탄핵 과정에서 당의 속살을 보고는 완전히 정을 뗐다. 거기에 지지층을 다시 모을 비전과 정책도 안 보인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 서민·중산층은 기댈 무엇이 필요하다. 한국당 재건 세미나마다 나오는 얘기가 "영국 보수당" "디즈레일리"다. 19세기 초 부(富)와 특권을 가진 층과 그렇지 못한 층으로 완전히 갈렸던 영국에서 보수당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때 디즈레일리는 '하나의 국민(One Nation)' 비전을 제시하고 액션 플랜을 만들어 실천했다. 한국당엔 그런 게 없다. 지금 집권 세력은 '사람 사는 세상'이란 깃발을 노무현 정권 때부터 세워서 흔들었다. 지지 그룹을 통해 영화·방송·노래 등으로 메시지를 증폭시켰다. '나라다운 나라'도 그 연장이다. 실제 그리될 수 있을지는 별개다. 살기 힘든 국민에게 바라볼 곳을 만들어 준 거다. 한국당은 '잘살아보세' '선진화'라는 과거 선배들 깃발 말고 뭐가 있나. '저쪽이 스스로 망해 줄 것'이란 기대만 하고 있다.

    한국당이 쉽게 살아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집안 싸움 습성'이다. 원래 좌파가 자기들끼리 싸우다 망한다는 건데 여기선 반대다. 국민이 준 권력을 독식(獨食)하겠다고 친박, 친이, 비박으로 갈려서 10년간 싸웠다. 노장, 중진, 소장으로도 갈려서 밥그릇을 다퉜다. 영남과 비영남으로, TK와 PK로 갈리기도 했다. 지금 원내대표 경선만 해도 그렇다. 친홍, 친박, 중립 같은 말이 나올 때인가. 희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차떼기와 탄핵 역풍 속에 천막으로 쫓겨갔다 살아난 적이 있다. 박근혜 리더십이라고들 하지만 많은 중진과 오세훈 등의 용퇴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차떼기와 탄핵 책임진 거지 무슨 용퇴냐"고? 그럼 지금은? 그때보다 더한 상황에 책임지는 사람은 하나도 없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표 및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기도, 비전도, 책임감도, 희생정신도 없는 정당이 된 근본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 네 번의 공천으로 망가졌다. 2004년에는 탄핵 역풍 때문에 좋은 사람을 많이 모을 수 없었다. 2008년에는 친이계가, 2012년에는 친박계가 자기 사람들을 무더기로 박았다. 선발의 제1 기준은 '말 잘 듣고 줄 잘 선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우고, 지역이나 지인들 사이에선 '기회주의자'로 통한다. 2016년엔 '이상한' 상향식 공천으로 그들 기득권을 지켜주거나 진박(眞朴) 낙하산으로 채웠다. 현재 의원 116명 중 3분의 2쯤이 그런 부류일 거다. 이런 사람들이 내년과 2020년 총선에서 공천 룰을 정하고 밥그릇을 챙길 테니 선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치 전문가들 하는 말이 '폐허론'이다. 완전히 무너져 폐허가 돼야 새 건물이 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는 상대적이고, 특히 한국 정치는 변화무쌍하다. 또 한국당 구성원 전부가 그렇게 무능·무책임한 것은 아니다. 하기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그 1차 책임이 '대표 홍준표'에게 있다. 비전을 제시할 만한 경세가(經世家)가 당내에 없다면 나라 안팎의 현인(賢人)들을 매일 찾아다녀야 한다. 그들의 지혜를 빌려 국민이 기댈 깃발을 세워야 한다.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같은 신인, '야당 전사 홍준표' 같은 정치인도 대표 홍준표가 찾아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꿈을 키워 성공하고, 불의와 싸우고, 자기 분야에서 국민의 인정을 받는 인재들을 구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 저격수, 공격수, 수비수 역할을 할 당내 일꾼도 만들어야 한다. 당원과 지지층이 대선 후보와 당대표로 뽑아준 건 그러했던 과거의 홍준표 모습에 기대해서였다. 페이스북 하다가 막말 시비에 휘말리고, 당내 의원들과 싸움하며 사당화(私黨化) 논란으로 보낼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같은 한국당으론 내년 선거 3등도 어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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