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국회와 의원들에게 국정을 맡겨야 한다니

      입력 : 2017.12.07 03:19

      문재인 대통령은 '큰 정부' '적자 정부'를 내놓고 표방한 첫 대통령이다. '큰 정부'란 쉽게 말해 세금을 더 걷고, 걷은 것보다 더 써서 빚을 져도 좋다는 정부다. 국가의 진로가 급격히 바뀐다. 이번 429조원 예산은 그런 예산이다. 전문가들이 어느 때보다 엄정한 심의를 국회에 요구했던 것은 국민이 그 실상을 정확히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돈 나눠 준다'는 정부의 선전 뒤에 숨어 있는 '세금을 앞으로 얼마나 더 내야 하느냐' '적자 재정은 얼마나 악화될 것이냐' '우리 자식 손자 세대가 과연 이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진짜 문제들이 검토돼야 했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 표결에서 통과되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논의는 제대로 해야 한다. 국회는 제대로 된 논의 자체를 하지 않았다. 9475명으로 결정된 공무원 증원 결정 과정은 정부와 국회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민주당은 9500명, 국민의당은 9450명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9500명은 반올림하면 1만명이 되는 숫자라서 50명을 깎았다고 한다. 결국 김동연 부총리가 그 중간인 9475명을 제시해 그대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공무원을 늘리더라도 어디에 어떤 소요가 있는지가 우선돼야 한다. 그런데 숫자 장난으로 결정한다. 이게 국정인가, 시장판인가. 제 돈 쓰는 일이면 이렇게 하겠나.

      정부는 SOC 예산을 줄이고 복지 예산을 늘린다고 했는데 국회가 SOC 예산을 무려 1조3000억원이나 늘렸다. 작년 SOC 증액은 4000억원이었다. 의원들이 자기 지역구에 몇백억원씩 나눠서 가져간 결과다. "내 예산 안 주면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고 기재부 공무원을 압박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의원까지 있었다. 문제투성이 예산을 통과시켜야 하는 정부와 여당은 이런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국민 세금을 놓고 난장을 치고 있다.

      정부는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집권 5년간 재정적자를 172조원 늘릴 것이라 했다. 처음부터 적자 계획을 공표한 정권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전제하에 짜인 예산을 통과시켰다면 적자 계획을 승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래 세대에 대한 범죄행위다. 이런 일을 하면서 국회의원들이 자신들 세비 2.6% 인상안은 비판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국민들은 의원들이 어떤 거래를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합의된 예산안의 내용도 알 수 없다. 세금은 국민이 내는데 정부와 의원들이 국민에게 그 내용을 알리지 않는다. 국민이 문제점을 알고 나면 이미 예산이 통과된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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