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일 벌여놓고 마무리 못해 '세종대로 시민광장' 반쪽 될 위기

    입력 : 2017.12.06 03:08 | 수정 : 2017.12.06 08:52

    옛 국세청 별관 터에 조성 공사
    앞마당 제공하려던 성공회와 대체부지 마련 협의 못끝내
    市 "끝까지 협상… 광장 만들것"

    서울시가 중구 옛 국세청 별관 터를 중심으로 조성하고 있는 '세종대로 시민광장'이 반쪽짜리가 될 위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국세청 별관 터와 바로 뒤편인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앞마당(851㎡)을 완전히 터서 '통합 시민광장'(1939㎡)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관계자는 "성공회는 더 이상 광장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협약을 파기하겠다는 공문을 시에 보냈다"고 5일 밝혔다. 전체 광장 면적의 43%를 차지하는 성공회성당 앞마당이 최종적으로 제외되면 시민광장은 사실상 반 토막이 나게 된다. 시가 대대적으로 발표부터 해놓고 실무 협의에 실패해 시민과의 약속을 깨뜨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세종대로 시민광장 조성 계획을 2015년 5월 발표했다. 광장이 들어설 부지에 있던 옛 국세청 별관은 일제의 잔재이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땅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별관과 별관에 이웃한 대한성공회 신관을 동시에 철거하고 성공회성당까지 한꺼번에 품는 광장 조감도도 발표했다. 지난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김근상 당시 대한성공회 주교와 광장 조성 협약식을 열고 "관(官·서울시)과 종교계(대한성공회)의 협력으로 일제에 의해 가려졌던 우리 근현대사의 역사적 공간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게 됐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이 공간이 너와 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성찰과 소통의 장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성 계획은 구체적인 실무 협의를 거치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성공회 앞마당은 교회 소유로, 신도들의 주차 공간으로 쓰인다. 애초 성공회 측은 광장 조성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교회 땅을 흔쾌히 시민광장으로 내주려 했다. 그러나 대체 주차장 마련이 쉽지 않았다. 협약 당시 "주차장 마련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던 시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일반 신도들로부터 "주차장 부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 없어서야 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인근에 새롭게 주차장을 조성할 부지도 찾기 어려웠다.

    보상금 문제도 있었다. 양측 협약서에는 '성공회성당 앞마당을 30년 동안 광장으로 쓴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시는 이미 철거한 성공회 신관과 앞마당 30개 면의 주차장에 대한 보상금으로 45억원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토지 사용료는 들어 있지 않았다. 성공회 측은 보상금에 30년간 토지 사용료를 더해 총 8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회 관계자는 "신도들을 위한 사무실로 쓰던 신관이 헐리고 주차장도 내놓게 돼 대체할 공간을 지하에라도 마련하려고 제시한 금액"이라고 했다.

    시와 성공회 간 보상금 차이가 배가량 나면서 협상은 1년 가까이 타협을 보지 못했다. 광장을 품고 있는 세종대로 역사문화공간 완공 예정일인 내년 6월을 앞두고 시는 지난해 말 일단 공사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협약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는 끝까지 협의를 진행해서 통합 광장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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