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중국의 경제 보복을 호되게 경험했다. 2012년 9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하자, 중국 전역 80여 개 도시에서 반일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다. 베이징(北京)에서는 시위대 1만명이 일본 대사관 앞에 모여 "일본 상품 불매"를 외치고, 칭다오(靑島)에서는 폭도로 변한 시위대가 일본 공장 10여 곳에 난입해 불을 지르고 물건을 부수며 약탈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기보다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를 줄여 위기를 극복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먼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동차 업계 등은 생산 공장을 속속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옮겼다. 이른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중국 외 지역에 생산 기지를 하나 더 구축하자는 뜻이다.
일본 차 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중국에 진출했던 닛산자동차는 센카쿠 사태 이후 태국에 300억엔(약 2982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 능력 20만대 규모의 제2 공장을 신설했다. 도요타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공장 생산 능력을 2배로 확충했고, 혼다 역시 인도네시아 공장 생산 능력을 3배로 늘렸다.
완구·게임 기업인 반다이는 중국 공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필리핀에 새 공장을 건설했으며, 의류업체인 유니클로도 생산 물량 일부를 중국에서 방글라데시로 이전했다.
일본 최대 선박 회사인 MOL은 베트남 하이퐁 컨테이너 항구의 확장 프로젝트에 12억달러를 투자하며 한 외신에 "지금은 '차이나 플러스 원' 시대를 떠나 'Not China(중국은 아니다)'의 시대"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일본의 중국 투자 규모는 2012년 134억7900만달러(약 14조6719억원)에서 센카쿠 열도 분쟁 후인 2013년 91억400만달러로 급감했다. 이후 103억8900만달러(2014년), 88억6700만달러(2015년)로 점차 떨어졌다. 일본이 해외에서 진행한 직접 투자 가운데 중국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2년 11%에서 작년 5%까지 낮아졌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세계 자본주의의 룰이 형성된 20세기 후반 이래, 중국처럼 정치적인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직결시킨 강대국은 일찍이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일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역 다변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고, 센카쿠 열도 사태 이후 그런 정책이 더 명확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