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취객 위해 심야 올빼미버스까지 늘리나

    입력 : 2017.12.05 03:02

    강남·홍대 지역 연말 추가 투입
    市 "모임 많아 택시 잡기 힘들어"
    "서민 위한 버스, 번화가만 다녀… 교통 소외 지역은 외면" 비판

    서울시가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을 맞아 밤늦게 택시 잡기가 어려운 강남과 홍대 지역에 올빼미 버스를 추가로 투입한다. 각각 1개 노선을 편성해 한 달 정도 운영한다. 연말에 심야 버스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2013년 올빼미 버스 도입 이후 처음이다. 시는 오는 8일 자정부터 내년 1월 1일 오전 3시 30분까지 올빼미 버스 2개 노선을 신설해 버스 6대를 추가로 투입한다고 4일 밝혔다. 노선 증설에 드는 예산은 유류비를 제외하고 인건비·운영비 등 약 6000만원이다. 시는 "이용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역과 홍대입구역을 중심으로 노선을 짰다"고 밝혔다.

    [잠깐만요!] 취객 위해 심야 올빼미버스까지 늘리나
    강남과 홍대를 지나는 노선이 추가돼도 다른 노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서민의 발'을 늘려주지는 못할망정 '술꾼의 발'을 위해 시가 세금을 써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애초 올빼미 버스는 술꾼 지원용이 아니었다. 밤늦게까지 생계를 위해 일하는 고달픈 서민을 위해 도입됐다. 2013년 1월 당시 교통본부장이던 윤준병 현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이 아침 신문을 보다 '전철과 버스가 끊긴 시간까지 일하는 대리기사, 빌딩 청소부, 아르바이트 학생 등이 교통수단이 없어 불법 전세 버스를 탄다'는 기사를 보고 추진했다. 시는 보도 다음 날 심야 버스 개설 계획을 밝혔다. 일부 택시기사들이 버스 운행에 반발해 시청사로 몰려와 담당 직원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시는 서민을 위한 교통 복지를 위해 과감하게 나섰다. 3개월 동안 준비한 후 그해 4월 신속하게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시는 강서∼중랑(N26), 은평∼송파(N37) 노선을 편성하고 "늦은 밤 또는 이른 새벽에 생계를 위해 이동하는 근로자, 학생 등 시민의 발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입 3개월 만에 하루 평균 이용 인원이 2000명을 넘자, 그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행에 들어갔다. 노선도 9개로 확대했다. 올빼미 버스는 그해 서울시가 추진한 33개 주요 정책 가운데 시민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정책'으로 뽑혔다. 현재는 9개 노선에서 70대 버스가 운영된다.

    강남역 지나는 '올빼미 버스' N854번 dhl
    이번에 추가되는 N854번(사당역~강남역~건대입구역)은 사당역을 거쳐 강남·역삼·논현·건대입구역 등을 지난다. N876번(새절역~홍대입구역~여의도역)은 새절역에서 홍대입구역을 거쳐 당산·여의도역 등을 운행한다. 직장인 최모(33)씨는 "연말 술 모임 후 귀가가 늦어진 사람들의 교통편까지 고려해 세금을 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버스가 추가되면 술을 마시려다 일어서려던 사람들이 더 늦게까지 마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야 택시비를 고려해 귀가를 서두르던 사람도 택시 요금보다 훨씬 싼 올빼미 버스를 타겠다며 음주 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올빼미 버스가 도입 초기부터 심야 음주를 지원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시민들이 '최고의 정책'으로 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두 지역 노선 증설이 다른 곳과 시정(市政)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가 노선을 추가한 홍대입구역과 강남역은 기존에도 심야 버스가 여러 대 지나는 노선이다. 이미 홍대입구역은 N26번·N62번이, 강남역은 N13·N37·N61번이 지난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주모(26)씨는 "강동구를 지나는 심야 버스는 서울역에서 천호역까지 운행하는 N30번 하나뿐"이라며 "심야 버스마저 강남, 홍대입구역 등 번화가만 지나니 시 외곽 시민은 교통마저 소외당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서초구를 지나는 심야 버스 노선은 각 3개, 중구는 4개인 반면, 강북·도봉·노원·중랑구는 2개, 강동·서대문·은평구는 1개에 그친다. 주씨는 "세금을 들일 거면 연말 술꾼을 위한 노선보다 심야 버스가 부족한 교통 소외 지역의 노선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느냐"며 "시의 이번 결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