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어느 묵념

    입력 : 2017.12.05 03:16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시작되기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제안으로 참석자 전원이 일어나 인천 낚싯배 전복 사고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올렸다 한다. 그 모습은 영상·사진으로 공개됐다. 대통령 지지자들은 '투표 한 번 제대로 하고 몇 번을 대우받는지 모르겠다'며 감격해 하는 댓글을 올렸다.

    ▶육지에서 얼마 안 떨어진 바다에서 충돌 사고가 발생해 졸지에 13명이나 숨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이런 사고가 생길 때마다 청와대가 묵념을 올리겠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터넷에서 '묵념을 올리는 커트라인(기준)이 무엇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몇 명이 사망하면 청와대에서 묵념을 올리냐는 것이다. 사실 궁금하다. 앞으로 교통사고나 화재 등으로 여러 사람이 숨지면 그때마다 청와대에서 묵념하나. 

    [만물상] 어느 묵념
    ▶사고가 나자 해경뿐 아니라 해군 함정과 헬기, 해군 특수부대가 총동원됐지만 결과가 크게 달라지진 못했다. 탑승자 22명 가운데 구조된 사람은 7명이었다. 단순 비교하면 세월호 구조자 비율보다 낮았다. 세월호가 그랬던 것처럼 아무리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을 어쩔 수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 누군가에게 책임을 씌우는 것은 정치 공격일 뿐이다.

    ▶새 정부의 사고 대응은 무언가 지나친 면이 있다. 지나쳐서 손해 볼 것 없으니 마음껏 지나치자는 것 같다. 사고가 난 3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 동선(動線)과 지시를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국민의 의구심과 언론의 추측성 보도가 없도록 하라는 대통령의 말도 전했다. 낚싯배가 전복돼 사망자가 난 것은 불행한 사고이지만 대단한 의구심과 추측성 보도가 나올 만한 일은 아니다. 왜 지레 그런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이 사고를 '국가의 책임'이라고 했다. 이런 사고를 '국가 책임'이라고 하는 정부는 세계에 없을 것이다. 청와대는 사고 후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는데 이것이 국가적 위기인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유독 해상 사고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사람들은 대강 짐작한다. 문 대통령은 전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자 세월호 현장에 가서 '고맙다'고 썼다. 덕을 봤다는 뜻이다. 실제 세월호를 둘러싸고 벌어진 온갖 정치적 논란과 괴담은 새 정부 출범의 한 원동력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 후의 일을 보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연상된다. 낚싯배 충돌 사고 책임을 대통령에게 물을 국민은 없으니 청와대는 북핵과 같은 진짜 국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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