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우디 맞아? 男女 함께 앉아 야니 콘서트서 "꺄악~"

    입력 : 2017.12.04 03:02

    남녀합석 엄격히 금지된 나라… 여성들 얼굴 드러내고 열띤 박수
    왕세자 빈살만의 개혁 반영 분석

    세계적인 피아노 연주자 겸 작곡가 야니(63·그리스)의 사우디아라비아 순회공연에서 남녀 관객들이 한자리에서 공연을 감상하는 파격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사우디를 온건하고 개방적인 이슬람국가로 만들겠다는 무함마드 빈살만(32) 왕세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사우디 영문 일간지 아랍뉴스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11월 30일과 1일(현지 시각) 홍해 연안 도시 제다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관객들은 남녀 구분 없이 한자리에 어울려서 공연을 즐겼다.

    11월 30일 제다에서 열린 야니의 사우디 첫 공연.
    11월 30일 제다에서 열린 야니의 사우디 첫 공연. 남녀 관객들이 자유롭게 객석에 어울려 앉아 있고, 여성 관객 대부분은 얼굴을 드러낸 채 관람하고 있다. /야니 페이스북
    이슬람 근본주의 영향력이 강한 사우디에서는 공공장소 남녀 합석이 엄격히 금지돼 왔다. 여성들은 외출 시 스카프로 머리와 얼굴까지 가려야 한다. 그러나 이날 객석의 여성 상당수는 얼굴을 드러낸 채 남성들과 섞여 앉아 야니의 이름을 연호하고 박수를 쳤다. 금발의 여성 바이올린 연주자도 무대에 올라 야니와 협연했다.

    이번 공연은 온건·개혁 정책을 추진해온 빈살만 왕세자의 노선이 문화 분야로도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지난 9월 여성 운전면허 허용을 발표했고, 10월엔 "사우디를 온건하고 개방적인 이슬람 국가로 되돌리겠다"고 했다. 사우디 알 아라비야 방송은 "야니 콘서트는 빈살만 왕세자의 야심 찬 국가개혁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사우디 국가엔터테인먼트청(GEA)은 빈살만 왕세자가 관광 산업의 육성과 국민 여가 증진 등을 목표로 지난해 7월 설립한 정부 기관이다. GEA는 "야니 공연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감안해 동부 다흐란(6~7일) 일정을 추가하고, 리야드 공연(3~4일) 장소도 규모가 더 큰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GEA는 올해 2월(제다)과 지난달(리야드) 만화 전시회인 '코믹 콘(comic con)'을 개최했다. 일부 보수층이 '악마 숭배 행사'라며 반발했으나, 만화 팬들이 코스프레(만화 캐릭터 복장을 하는 것)를 즐기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