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올림픽 노쇼'가 걱정이다

    입력 : 2017.12.04 03:15

    단체 구매 티켓 가진 관객들, 경기장 안 오면 대회에 '찬물'
    빅 이벤트에 텅텅 빈 관중석… 전 세계 팬의 비웃음 살 것

    김동석 스포츠부장
    김동석 스포츠부장

    요즘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들 사이에선 '올림픽 노쇼(No Show)'에 대한 걱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예약이나 약속을 우습게 아는 한국의 높은 노쇼 비율 때문에 평창도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진행 중인 전국의 성화 봉송 현장은 주자들의 노쇼 때문에 늘 긴장감이 감돈다. 성화는 하루에 100명 안팎이 봉송하는데, 아무 말 없이 펑크 내는 주자들 탓에 항상 10% 정도 예비 주자를 둬야 한다는 게 현장 사람들의 말이다.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이탈도 살펴야 할 일이다.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 축구대회 때는 자원봉사 노쇼 비율이 13%였다. 일부 노쇼족 때문에 대회 운영이 차질을 빚고 성실한 봉사자까지 비난받는 일이 벌어지면 곤란하다.

    이보다 더 무서운 건 티켓을 가진 관객들의 '노쇼'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 NBC는 평창 조직위원회를 찾을 때마다 "객석에 빈자리가 보이지 않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돌아간다. 올림픽을 현장에서 보는 사람은 티켓수 기준으로 연인원 107만 명이지만 TV 시청자는 수억명이다. 화면에 빈 곳이 보이면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호소다.

    "그 비싼 티켓을 들고 현장에 안 올 리가 있겠나" 싶지만, 한국식 티켓 판매 방식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2월 9일부터 예매가 시작된 평창 티켓은 10월 말까지 판매율이 31%에 머물다가 한 달 만인 11월 말 현재 53%로 갑자기 점프했다. 지방자치단체, 공·사기업, 각급 학교가 연말을 맞아 단체 구매를 시작한 덕이다. 국내에서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빈 좌석을 채워주는 '구원투수'들이 이번에도 등장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기관을 통해 공짜나 다름없는 티켓을 받아든 사람들이 과연 약속대로 경기장에 나타날지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70일 앞으로 다가온 1일 하키센터 등 빙상경기장이 밀집한 강릉 올림픽파크에 빙상경기를 상징하는 대형 조형물 설치가 한창이다. /연합뉴스
    예를 들어 스웨덴과 핀란드가 남자 아이스하키 대결을 벌인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스웨덴은 세계 3위, 핀란드는 세계 4위인 아이스하키 초강팀이다. 두 나라의 라이벌전은 캐나다와 미국 대결만큼 뜨거운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C조에 속해 있는 두 나라는 내년 2월 18일 밤 9시 10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격돌한다. 외신들이 올림픽 아이스하키 예선 중 최고로 꼽는 빅 이벤트다. 그런데 고작 관중 수백 명이 옹기종기 앉은 모습이 전파를 타면 어떻게 될까. 세계 시청자들은 '동계올림픽이 열려선 안 될 곳에서 열렸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까. 총 102개 금메달 중 가장 많은 50개가 걸린 스키 종목은 물론이고 컬링,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도 우리에게 낯설긴 마찬가지다. 티켓은 다 팔렸다는데, 관중석은 비어 있는 괴현상을 설명하려면 진땀깨나 흘려야 할 것이 틀림없다.

    사회적 배려에 따라 단체 티켓을 받아든 사람 중엔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사람들도 많다. 값비싼 티켓을 단체 구매한 공·사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이들의 수송과 숙박 문제까지 세심하게 살펴 주는 것이 옳다. 수도권은 신설 KTX 덕에 평창과 거리가 좁아졌지만 평창은 아직도 이들에게 먼 곳이다. 조직위도 이들을 실어 나르는 단체버스 운영 문제와 숙박 편의 등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강원도는 평창올림픽 숙박 바가지가 문제가 되자 최근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할 길을 마련하고 있다. 강원도가 나서면서 이미 예약이 끝난 고액 방값을 환급해 주고 평소 값만 받겠다는 업소도 나타나고 있다. 조직위원회와 강원도는 남은 과제인 '올림픽 노쇼' 문제도 늦기 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올림픽 티켓 가격은 IOC와 협의를 거쳐서 결정하므로 관중석 비었다고 아무나 데려다 앉힐 수도 없게 돼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올림픽 티켓이 이렇게 사장(死藏)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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