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북한에서 온 편지

    입력 : 2017.12.02 03:01

    [마감날 문득]

    미국 뉴욕타임스가 지난 9월 평양에 가서 취재한 영상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편집해 지난 28일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신문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가 다른 기자 3명과 함께 북한에 가서 찍은 영상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제목은 '공포를 담아, 북한에서(From North Korea, With Dread)'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공식 인터뷰에 나선 사람은 북한 외무성 고위 관료 2명이다. 이들은 "트럼프는 이거 미치광이 깡패이고…" 하는 식으로 말한다. 그는 "사담 후세인 최대 잘못은 무기 같지도 않은 것을 미국이 뭐라 한다고 없애버린 것이었다"며 "그랬더니 바로 미국이 와서 나라를 박살 내 버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편집은 대단히 영화적이어서, 트럼프의 "북한을 완전히 없애버리겠다"는 연설 장면과 돌고래 쇼를 보며 환호하는 평양 시민들의 표정을 교묘하게 편집했다.

    미국 기자들은 평양 놀이공원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모든 평양 시민이 "전쟁이 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길 거라고 확신한다"고 대답한다. 그 장면들에 이상한 사람 하나가 화면 뒤쪽에 등장한다. 인민복 입은 그 사람은 모든 인터뷰 대상자 뒤를 조용히 지나가면서 뭐라고 중얼거린다. 취재진이 마이크 볼륨을 높여 들어봤더니 그는 "경애하는 원수님이…" 어쩌고 하면서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쭈뼛거리던 평양 시민들은 그 소리를 듣고서야 "경애하는 원수님이 미국 놈들을…" 하는 식으로 답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ICBM을 개발한 북한 최고 과학교육기관에서 미국 기자가 만난 10대 소년의 얼굴이다. 그는 "미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해 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맨몸으로 잔치 참석한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이 북한 엘리트 소년은 태어나서 처음 실존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이다. 시장에서 엄마 손을 놓쳐 잃어버렸는데 누군가 나타나 '내가 엄마한테 데려다 줄게' 했을 때의 표정,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질문 받고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똑똑하게 태어나 멍청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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