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편지] 고마운 열 분에게 연말 선물 부치며

  • 양경자·서울 동작구

    입력 : 2017.12.01 03:10

    가을도 겨울도 아닌 을씨년스러운 11월 끝자락, 누군가 직접 볶았다며 불쑥 내밀었던 원두커피 향이 라디오에서 흐르는 성급한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집안 구석구석을 메운다. 적당하게 식힌 부드러운 커피가 혀끝에 감돌자 문득, 누군가처럼 거창한 버킷리스트는 아니어도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이번 연말에 주변 가까운 사람들과 작은 선물이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명쯤이나 될까 대충 손가락으로 꼽다가 명단을 적어보았다.

    우체부 아저씨를 포함해 일부러 짜 맞춘 것도 아닌데 나까지 꼭 열 명이다. 내가 내게 무슨 선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여느 해와 달리 나도 올 일년은 수고 많이 했으니 선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나 같은 아낙이 공무원도 아니고, '김영란법'이 무슨 해당이 되겠느냐 만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받는 사람의 부담감과 별로 넉넉지 못한 내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 배송비 포함, 3만원 미만의 지역 특산물로 골랐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에 거금(?)을 들인다는 게 나답지 않아 잠깐 갈등이 되긴 했는데 일 년에 한 번 고마웠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호사는 누릴 자격이 있다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언제부터였을까. 받는 것보다 주는 기쁨이 훨씬 크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얻어먹기보다 내가 계산하는 쪽이 훨씬 마음 편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물질보다는 마음의 풍요가 훨씬 더 질 좋은 행복이라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어디선가 읽은 글이 뇌리에 박히기 시작한 것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젊은이들은 상상하기 힘든 또 다른 기쁨이 있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어느 작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는 나이가 되었다. 지난 시절 앞만 보고 살았다면 남은 시절은 옆도 뒤도 돌아보는 여유로운 삶으로 채우고 싶다.

    국가적으로 크고 작은 가슴 아픈 사건과 사고들을 묻은 채 저물어 가는 정유년.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마음을 웅크리게 하지만 내가 보낸 작은 선물에 잠깐이나마 미소를 떠올릴 아홉 사람의 온기가 웅크린 어깨를 펴게 한다. 내년 이맘때 보낼 선물 명단에는 더도 덜도 말고 스무 명이 적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내 얄팍한 주머니도 조금 두툼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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