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일주의 무장한 '차이나 람보' 한국 온다는데…

조선일보
입력 2017.11.30 03:02

강한 중국·공산당의 愛民 강조, 中 흥행 1위 '전랑 2' 오늘 개봉
아프리카 내전에 미국 등 다 떠나 중국 영웅이 자국민·현지인 구해
"노골적 중화주의" 비판도

"너 같은 놈은 내 상대가 안 돼!"

30일 국내 개봉하는 중국 액션 영화 '특수부대 전랑(戰狼) 2'(이하 전랑 2)의 클라이맥스. 주인공 '렁펑'(우징)과 격투를 벌이던 미국인 용병이 깔보듯 내뱉는다. 렁펑이 받아친다. "그건 옛날 얘기지!" 싸움 결과는? 당연히 중국인 승리다.

'전랑 2'는 7월 말 중국서 개봉해, 당국 상영 연장 허가를 이어가며 100일간 극장에 걸렸다. 매출 56억7869만위안(약 9552억원)으로 중국 역대 흥행 1위, 올해 세계 박스오피스 5위다. '전랑 2'는 여러 면에서 중국 영화의 변화한 현재를 보여준다. 본토의 자본력에 홍콩 영화의 경험이 더해진 액션 연출만은 수준급. 무엇보다 영화 전반에 중국식 사회주의로 미국을 뛰어넘는 중화 부흥을 이루겠다는 '시진핑 사상'이 스며있다. 중국의 '영화 굴기(崛起)'다.

영화에도 '시진핑 사상'

내란 중인 아프리카의 한 국가. 중국 특수부대원 출신 남자 렁펑이 중국인 운영 공장의 자국민과 현지인을 람보처럼 홀로 구출한다. 미국을 포함해 서방 강대국이 모두 버리고 떠난 곳에 중국은 끝까지 남아, 자국민과 현지인을 차별 없이 보호한다. 막판엔 주인공이 탈출 행렬을 이끌며 오성홍기를 팔에 감고 휘두른다. 전투 지역의 아프리카 정부군과 반군은 깃발을 보고 총을 내리며 말한다. "중국인은 건드리면 안 돼."

중국 특수부대 ‘전랑(戰狼)’ 출신의 ‘렁펑’(우징·오른쪽)은 숙적인 미국 용병 ‘빅 대디’(프랭크 그릴로)와 혈투 끝에 승리한다. 중국 관객은 중화주의 영웅의 탄생에 열광했다.
중국 특수부대 ‘전랑(戰狼)’ 출신의 ‘렁펑’(우징·오른쪽)은 숙적인 미국 용병 ‘빅 대디’(프랭크 그릴로)와 혈투 끝에 승리한다. 중국 관객은 중화주의 영웅의 탄생에 열광했다. /키다리이엔티

중국인의 단결과 당·군의 애민(愛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전랑 2'는 여전히 선전 영화 느낌. 하지만 동시에 주인공의 사랑과 좌절, 호쾌한 영웅담 등 개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점은 '람보' '코만도' 등 과거 냉전시대 할리우드 액션 영웅을 닮았다. '건당위업'(2011), '건국대업'(2009) 같은 과거의 '주선율 영화(主旋律電影·공산당 정책 이념 홍보 영화)'와는 궤를 달리 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 영화의 흥행을 분석하며 "애국심과 전 세계에 걸친 중국의 이익 보호라는 대의를 개인의 여정에 담는 것은 다분히 할리우드적 접근"이라고 했다. 본질은 정치 선전이지만, 점점 세련되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영화 전문가인 임대근 한국외대 교수는 "비현실적인 과도한 액션을 통해 중국 관객이 좋아하는 무협물과 비슷한 판타지적 성격을 녹여 넣고, 애국심과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결합시키면서 폭발적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했다. 중국 극장에선 지난 7월부터 영화 상영 전 3~4분 분량의 공익 단편 '영광과 꿈-우리들 중국의 꿈'도 상영하고 있다. 청룽(성룡) 등 유명 배우들의 입으로 시진핑 사상의 주요 키워드를 이야기한다.

펜타곤과 협력한 할리우드처럼

'전랑 2'에는 중국 해군 함정과 미사일 발사 장면 등이 등장한다. 모두 중국군의 협조로 찍은 진짜 군함, 진짜 미사일이다. 펜타곤과 협력해 전쟁 영웅 영화를 만들었던 할리우드 방식을 복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년엔 마약 밀매와 맞서는 중국 특수요원의 활약을 그린 '오퍼레이션 메콩'(2016)이 군경 협조로 제작돼 작년 중국 흥행 6위에 올랐다. 지난 9월 말 개봉한 '공천렵'은 테러리스트에 맞서는 공군 정예 부대원을 그렸고, 연말엔 교민 철수 작전에 투입된 해군의 활약을 그린 '홍해행동'이 개봉한다. 영화진흥위의 중국영화 전문가 박희성 연구원은 "시진핑 사상의 주요 방법론 중 하나인 부패 척결을 강조해 대히트한 TV 드라마 '인민의 이름으로'는 검찰이 직접 제작했다. 최근 중국군과 검경은 자신들을 소재로 한 영화·방송을 직접 제작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라고 했다. 당이 주도해 군경이 협력하고 거기에 민간이 조응하는 체계로 읽힌다.

영화 '전랑 2'의 마지막 장면엔 중국 여권 뒷면에 새겨진 "중국 공민들이여 기억하라, 당신의 뒤엔 강대한 조국이 있음을!"이라는 글귀가 등장한다. 이 영화의 국내 개봉관 수는 20여개로, 대중적 파급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계 안팎에선 "최근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관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데, 노골적 중화주의 영화가 개봉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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