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집, 공유경제 넘어 시너지경제로

    입력 : 2017.11.29 09:20

    공유경제가 한정된 자원을 공유하여 함께 공존하자는 모델이라면,
    시너지경제는 '공존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협력하여 자원의 화수분을 도모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번영을 촉진하자'는 공영의 모델이다

    21세기 들어 급부상한 공유경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근간으로 한다. 플랫폼 회사들은 공장 없이 세계 휴대폰 시장을 좌우하고, 매장없이 세계적 유통망을 점유하며, 자동차와 숙박시설 없이 운송과 숙박사업을 벌인다. 이들은 각 시장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역할만으로 세계 시장을 차지할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플랫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이다.

    문제는 플랫폼만 돈을 번다는 우려다. 부의 독식 현상이 가중되는 것이다. 공유의 주체가 되는 공급자와 수요자,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수익과 혜택이 돌아가는 공유경제가 아니라, 공유를 매개하는 플랫폼 기업만 살찌워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키는 경제 모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대학교 교수는 플랫폼 기업들이 공유를 통한 저비용의 매력을 소구하며 급성장했지만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노동의 질을 저하시켜 공유경제로 벌어들이는 큰 돈은 결국 플랫폼 소유 기업에 돌아가고, 노동자와 이용자에게는 찌꺼기만 남는다"며 "공유경제는 찌꺼기를 공유하는 경제"라고 비난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많은 측면에서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공은 명백하다. 그러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라는 논란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유경제형 일자리들은 기존 일자리에 비해 저임금이고 임시직화 되어가고 있기에 노동을 생산하는 생산자에게 재앙이 될 수 있고, 상대적 저렴함에 만족해온 소비자 측에서 보면 '타인의 재앙을 협력적으로 소비'하는 셈이 된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이 승승장구 하는 동안 일반 사람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들은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생산자이기 때문이다.

    방향은 명확하다. 진짜로 공유해야 하는 건 공유경제의 '찌꺼기'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즉, 모두가 플랫폼의 주인이 되면 된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플랫폼을 살 수 있을 만큼 부유하지도 않고, 새로 만들 수 있을 만큼 전문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우리 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과연 플랫폼을 가질 수 있을까? 이런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누구나집 모델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의 답은 '집'이다. 지었든 샀든 빌렸든, 누구나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있다. 집을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거주민을 그 플랫폼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 누구나 플랫폼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것. 집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살기만 하면 평생 주거안전망과 경제안전망, 정서적 안전망까지 작동되는 생활환경. 이것이 누구나집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으로, 상업경제나 공유경제 논리로는 불가능했던 이런 류의 혁신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원리로 시너지경제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누구나집의 작동원리, 시너지의 마법

    시너지경제는 공유경제가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문제점은 해결하며 장점은 증폭시키는 과정을 거듭하며 발전 중인 이론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협력해서 시너지를 도모하면 덧셈은 곱셈이 되고 곱셈은 거듭제곱이 되는 막강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이 시너지가 만드는 자원의 화수분인데, '개인의 이익이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시너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다.

    시너지경제는 양대 축이 잘 맞물려 돌아갈 때 제대로 작동된다. 한 축은 시너지 창출 코드인 '협력하는 공동체'이고, 다른 한 축은 시너지 최대화 코드로서 '혁신적 시너지 시스템'이다. 누구나 '협력하는 공동체'로 뭉쳐 '혁신적 시너지 시스템'을 강구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지속되는 자원의 화수분을 가질 수 있다. 이 믿어지지 않는 이론의 실제 구현 사례 중 하나가 누구나집이다. 시너지경제 원리로 설계된 누구나집 모델을 보면 그 작동방식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먼저 누구나집에서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임대주택의 소유권 지분을 갖기 때문에 임차인인 거주민은 협동조합원으로서는 집 주인이 된다. 그 결과 거주민은 '내 집을 내가 빌리는 셈'이 되어 임차인으로서의 혜택과 집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함께 누릴 수 있다. 이것이 '협력하는 공동체'의 힘이다.

    다른 한 축인 '혁신적 시너지 시스템'은 크게 세 분야에서 작동한다. 첫째, 어디에 살든 생활비가 든다. 누구나집의 생활편의시설인 시너지센터에서 생활비를 지출하면 그 10%가 시너지뱅크에 적립되어 관리비와 월세가 충당된다. 소비하는 것만으로도 주거비 부담이 줄어든다. 둘째, 어느 집이든 가사노동을 한다. 누구나집에 살면 이 가사노동에 높은 시급을 받는다. 단,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서일 때'라는 단서가 붙는다. 가령 내 집에서 내 아이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센터에서 내 아이와 옆집 아이들을 함께 돌보면 시너지뱅크에 임금이 쌓인다. 돌봄노동형 일자리부터 가사형·관리형·교육형·전문형 일자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시간제는 물론 전문직· 장기직 일자리도 있다. 집이 경제안전망이 되는 것이다. 셋째, 누구나집은 협동조합 소유이므로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운영 수익은 협동조합원인 거주민에게 재분배된다. 누구나집은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기 때문에 여러 누구나집 도시가 생기고 서로 연결되면 이 경제 흐름이 증폭되면서 전체 경영 이익 역시 지속적으로 늘고 거주민에게 계속 재분배된다. 집에 거주하는 것만으로 생애안전망이 갖춰지는 것이다.

    이렇게 집이 플랫폼이 된다. 거대한 '메타시너지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공유경제 하에서 플랫폼 기업들은 분리되어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벌었다. 시너지경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내가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다. 시너지센터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소비자지만, 그 시너지센터는 협동조합 소유이므로 생산자도 된다. 즉, 내 가게에서 내가 물건을 사는 셈이니 이익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소비가 투자가 되는 것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시너지센터에서 일을 하면 노동자이지만, 그 시너지센터의 주인이 나이므로 동시에 고용주도 된다. 내가 나를 고용하는 셈이니 소비에서 생기는 이익도 생산으로 생기는 이익도 모두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일치시키면 부의 왜곡이 사라진다.

    공유경제를 넘어 시너지경제로

    집이 플랫폼이 되고, 임차인인 거주민이 이 플랫폼의 주인이 되어 수익을 공유한다. 일상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생산에 참여하게 된다. 평소처럼 소비했을 뿐인데 내가 쓴 돈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내 사업에 대한 투자가 되어 다시 수익으로 들어온다. 자원은 유한하지 않다. 사람의 힘으로 자원의 화수분을 탄생시킬 수 있다.…이것은 마법이 아니다. 시너지경제의 효과다. 결과만 보면 시너지의 힘이 마법처럼 보이지만 결코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올바르게 변화시키는데 시너지의 막강한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뜻을 모아 비영리재단인 '생각하는 재단' 창립을 준비 중이다.

    시너지경제에 대해 부단한 연구와 실험이 필요한 이유를 시너지 이론 창시자인 건국대 송은하 교수는 "우리 사회의 상식으로 통하는 '적자생존, 약육강식, 승자독식' 세계관으로는 누구나집과 같은 시너지경제를 도모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다윈의 공동체 협력론을 언급했다. 찰스 다윈이 "진화는 생존을 위한 경쟁과 투쟁, 가장 유능한 자들의 생존, 패배한 자들의 도태로 요약된다"고 했던 1859년의 진화론은 자본주의적 필요와 맞아떨어지면서 지금까지 전세계를 지배하는 논리가 되어왔다. 그러나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1871년, 다윈은 더욱 진일보한 연구 결과를 펴내면서 "자연 선택에 가장 성공적이었던 종은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서로 돕고 단합할 줄 아는 종들이다. 협력을 잘하는 구성원들이 많은 공동체가 잘 번창하고 가장 많은 수의 자손을 부양한다"고 기존의 주장을 새롭게 보강했다. 그런데 이 연구결과는 '적자생존' 논리가 유용했던 지배계층의 외면 속에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너지로 자원의 화수분을 만들자

    송은하 교수는 "우리가 왜, 무엇을, 누구와, 언제,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와 대중적 공명이 이루어진다면 시너지경제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피력한다. 먼저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주거난과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집을 자본의 논리로 보지 않고 삶의 터전이라 인식을 전환하면 각 도시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너지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누구나집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너지로 작동되는 도시들이 모이면 '시너지플래닛'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시너지플래닛에 사는 사람들은 '시너지라이프'가 보장되는 삶을 살 수 있다. 전 생애에 걸쳐 시너지 보호막이 생애안전망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미흡한 사회에서는 실직이나 파산, 와병, 가족구성원의 해체 등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인생의 고비에서 중산층도 아차하는 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기 쉽다. 이때는 전문영역부터 일상생활 범위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일할 의지만 있다면 다양한 일자리를 만날 수 있고 생산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소비를 투자로 치환시켜 주는 메타시너지 플랫폼 시스템이 주거안전망과 경제안전망을 제공한다. 나아가서 시너지라이프는 정서적인 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평생 대해야 하는 무수히 많은 낯선 사람들이, 함께 협력하며 살고 있는 공동체의 이웃이라는 심리적 안정감과 유대감은 사람의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보약이 된다. 함께 해서 따뜻한 도시 공동체의 삶이 실현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동체 내에서 뿐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가 서로 협력할수록 더 많은 혜택으로 돌아오는 '시너지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하나의 변화가 파급 효과를 낳는 과정이 계속되며 그 가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승수효과라 하는데, 시너지경제야말로 승수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적자생존의 생태계가 아니라 시너지생태계 내에서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은 시너지를 재료로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줄 아는 종이 더 잘 번영한다'는 다윈의 이론이 실증되는 것이다.

    공유경제가 한정된 자원을 공유하여 함께 공존(共存)하자는 모델이라면, 시너지경제는 '공존으로는 부족하다, 서로 협력하여 자원의 화수분을 도모함으로써 지속적으로 번영을 촉진하자'는 공영(共營)의 모델이다. 잉여를 나누어 씀으로써 '덜 가난해지는' 것이 공유를 통한 공존이라면, 함께 해서 '더 부유해지자'는 것이 시너지를 통한 공영이다. 상업경제에 대한 반발과 경기불황으로 공정하고 협력적인 분배에 방점을 둔 '공존' 담론 속에서, 시너지로 자원의 화수분을 만들자는, '공존을 넘어 공영'을 설계하는 시너지경제가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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