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전병헌 전 정무수석 사퇴로 공석이던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에 한병도(50) 현 정무비서관을 승진 임명했다. 한 수석은 임종석(51) 청와대 비서실장과 같은 전대협 3기에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 그룹인 '마포 광흥창팀' 출신이다. 이번 인사로 청와대 비서실은 더 젊어지게 됐으며 임종석 실장의 활동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한 수석 임명 이유로 '국정 철학'을 강조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17대 국회의원 경험과 정무비서관 활동에서 보여준 것처럼 국회 소통에 적임자"라고 했다. 한 수석은 임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일하겠다"고 했다. 한 수석은 정무비서관 시절 주로 대야(對野) 접촉을 위해 국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국회 경력이 17대 국회 한 번이어서 20대 국회에서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된다. 한 수석은 술을 한 잔도 못하는 '무주파(無酒派)'다. 사석에서 그는 "술을 한 병도 못 마신다고 해서 '한병도'다"는 농담도 한다.
청와대 정무수석은 비서실장이 공석일 때 비서실장 업무를 대리하는 선임 수석이다. 문 대통령이 그런 자리에 임종석 실장과 전대협 3기 활동을 했던 한 수석을 임명하자 임 실장의 '그립(장악력)'이 더욱 강해졌다는 해석도 있다. 한 수석은 전북 익산 출신으로 1989년 원광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산하 전북 지역 조국통일위원장을 지냈다. 1989년은 임 실장이 전대협 3기 의장으로 활동하며 임수경씨를 방북시켰던 해다. 학교는 같이 다녔지만 나이는 임 실장(51)이 한 살 위다.
한 수석 카드는 청와대의 '친문' 색채 강화와 '광흥창팀'의 약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뒀다고 해서 붙여진 '광흥창팀'은 문 대통령 대선 출마 기반을 닦은 참모 그룹이다. 멤버가 임 실장, 한 수석,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신동호 연설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 조한기 의전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오종식·탁현민 행정관 등이다. 광흥창팀 멤버 중 청와대 밖 인물은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 정도다. 한 수석은 '광흥창팀'에서 조직을 담당했었다. 여권 관계자는 "광흥창팀은 '친문'이라기 보다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진문(眞文)'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임 실장과 한 수석의 관계를 상하 관계나 '한 몸'으로 보면 지금의 청와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도 한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두 사람이 가깝지만, 한 수석은 임 실장과 다른 독립된 영역이 있는 인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