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설, 필자도 내용도 '여성'

    입력 : 2017.11.29 03:03

    동인상 등 주요문학상 휩쓸어
    여성 작가 작품 모은 전시회도

    (왼쪽부터)강영숙, 김애란, 조남주.
    (왼쪽부터)강영숙, 김애란, 조남주.
    여성 문학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근대 이후 여성의 글쓰기를 대표하는 단행본과 잡지를 한자리에 모은 '여성이 쓰다' 전시회가 12월 29일까지 서울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근대 이후 최초의 여성 문학 모음집 '현대조선여류문학선집'(1938)을 비롯해 노천명 시집 '별을 쳐다보며'(1953), 한무숙 소설 '역사는 흐른다'(1956), 한국여류문학전집(전 6권·1968) 등 문학사의 유물들이 원본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전시회를 연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은 "돌이켜보면 '여류(女流) 작가'나 '여류 문학'이란 말이 1980년대 중반까지 쓰였지만, 은근히 여성은 역사성이나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성차별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며 "이번 전시회를 보면 여성 작가들이 인간의 보편적 문제와 현실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물 중엔 김 관장이 운영한 삼성출판사가 낸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초판본(1973)도 있다. 김 관장은 "삼성출판사가 1972년 창간한 문예지 '문학사상'에 박경리 선생이 '토지' 2부를 연재한 인연이 있다"라며 "박 선생은 인지(印紙) 도장을 출판사에서 알아서 찍으라고 할 정도로 대범한 여장부였다"라고 회상했다.

    올해의 한국 문학을 결산해봐도, '여성 소설의 전성시대'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 김애란이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강영숙(이효석 문학상)·황정은(김유정 문학상)·손보미(대산문학상)·김성중(현대문학상)·조남주(오늘의 작가상)·정세랑(한국일보 문학상)이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도 김정아(신동엽 문학상)·김금희(문학동네 젊은 작가상)·박민정(문지 문학상)을 차세대 유망주로 뽑았다. 인지도 높은 문학상 중에서 이상문학상이 남성 작가 구효서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 예외적 사건으로 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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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 쓰다’전이 선정한 여성 문인들의 사진 앞에서 1960~70년대를 회상하는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 /조인원 기자
    올해 여성 소설의 대약진에 대해 김미현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는 "여성 문학이 제3의 물결을 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문학사에서 여성문학의 제1기가 1930년대였고, 제2기가 은희경·공지영·신경숙·전경린 등이 문학상을 휩쓴 1990년대 중반이었다면, 올해부터 여성문학 부활의 발화점이 뜨겁게 형성됐다는 것. 김 교수는 "과거 페미니즘이 막연하게 '남녀 차별'을 지적한 것과는 달리, 요즘 되살아난 페미니즘은 '여성 혐오'라는 뚜렷한 과녁을 설정해 공격하기 때문에 더 선명하다"라며 "올해 베스트셀러가 된 조남주의 소설 '1982년생 김지영'이 문학을 통해 페미니즘을 쟁점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달 중순 조남주를 비롯해 여성 작가 7명이 페미니즘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책방)를 출간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새로운 현상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과거 여성 문학이 '어머니'와 '아내'의 음성을 들려준 것과는 달리, 요즘 30대 초·중반 여성 작가들은 핵가족 시대에 자라 '젠더(사회적 성별) 불평등'에 더 예민한 '딸'로서의 체험을 소설화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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