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청원에… 靑 "내년 실태조사" 공론화 나설듯

    입력 : 2017.11.27 03:03 | 수정 : 2017.11.27 07:17

    [23만명 청원… 조국 수석 "조사 토대로 논의 진전시킬 것"]

    폐지 찬반 명확한 입장 안밝혀
    "현행법 여성에게만 책임 물어… 입법부와도 함께 고민할 것"
    일부 여성단체 "실망스럽다"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대해 조국 민정수석이 동영상으로 답변했다./청와대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은 26일 낙태죄와 관련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30일 이내에 20만명 이상이 인터넷으로 동의하면 청와대가 직접 입장과 대책을 밝히는 '국민청원' 제도에 따른 것이었다. 이 청원은 지난달 29일 제기돼 23만5300명이 동의해 답변 요건을 갖췄다. 청와대는 이날 낙태죄 폐지 추진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내용이었으며 조심스럽게 공론화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해석됐다.

    ◇靑, 낙태죄 폐지로 기우나

    조 수석은 이날 동영상 화면으로 내놓은 답변에서 '낙태죄 폐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많이 열거하는 방식으로 낙태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시사했다. 조 수석은 "낙태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 함의를 담고 있어, 낙태 대신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겠다"며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고 했다.

    이어 "교제 남성과 헤어진 후 임신, 별거 또는 이혼소송 중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경우,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이 불가능한데 임신했을 경우라도 현재는 임신중절을 하면 범죄"라면서 "실태조사 재개와 헌재 위헌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청와대는 "폐지를 추진하겠다"거나 "폐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정치적·종교적·윤리적 논란이 큰 낙태죄 폐지 문제에 직접 개입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문제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국회, 헌법재판소 등 행정·입법·사법부가 모두 관련된 사안이다. 위헌 여부는 헌재에서 가리고, 국회는 공청회 및 입법 과정을 통해 제도를 고친다. 그럼에도 대통령 약속 때문에 뭔가 입장은 내야 했고, 그렇다고 딱 부러지게 말을 하기도 어려워서 이같이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해온 일부 여성단체는 "청와대가 폐지 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냈다. 정의당은 추혜선 수석대변인을 통해 "여성의 신체결정권과 건강권 보호라는 청원의 근본적 취지를 확인하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태 조사를 거쳐 사회적·법적 논의를 통해 판단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는 일견 아쉽다"고 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국민의당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청원 강화 방침

    앞으로도 청와대는 국민청원제를 '직접민주주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회의에서 "어떤 의견이든 참여 인원이 기준을 넘으면 성의 있게 답변하고, 기준보다 적더라도 관련 조치가 이뤄지면 성실하게 알려달라"고 했다.

    당장 청와대는 현재 57만명이 동의한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해서도 곧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동 성폭행 등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고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두고 있는 조두순을 재심을 통해 무기징역에 처해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이다.

    그러나 재심의 영역은 청와대가 아닌 법원의 권한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자칫하면 행정부나 사법, 입법부 영역까지 청와대가 개입하는 '가이드 라인'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청원 코너에선 북한 JSA 귀순 병사 문제로 다시 한 번 열악한 환경 논란이 제기된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 지원' 문제도 참여자가 20만명을 넘어 청와대 답변 요건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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