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極端主義 정부가 초보 이론으로 중요 정책 강행… 국민을 비극으로 몰고 가"

    입력 : 2017.11.27 03:03

    [포항 지진으로 原電도 위험한가… 황일순 서울대 교수(세계원전수명관리학회 회장)]

    "처음 후쿠시마 원전도 안전… 53분 뒤에 해일 덮치면서
    기름 탱크와 디젤 발전기 침수, 발전기 防水 안 된 게 원인"

    "2013년 '한수원 비리' 사건 때 '원전 마피아' 용어 만들어져
    근본 원인 어디 있는지 추적… 노무현 정부에서 발단했다"

    포항 지진으로 원전(原電)은 안전할까. "대규모 지진 피해가 났는데도 조선일보 등이 '원전은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경박한 태도"라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의 한 시민 단체 대표 인터뷰가 회자됐다. 원자로 설계 작업을 했다는 전문가여서 발언의 설득력이 있었다.

    이념과 입장을 떠나 객관적 사실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황일순(64)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를 만났다. '세계원전수명관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원전 안전 분야의 권위자다. 1994년 고리 원전 1호기에서 원자로와 연결된 증기 발생기의 튜브에 국내 최초로 이상이 생겼을 때 그가 현장에 들어가 해결했다. 방사능 증기가 새어나올 뻔한 사고였다. 그 뒤로 국내 원전을 돌며 안전 관련 문제 자문에 응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원전 안전 대책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해온 학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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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일순 교수는 “과장된 주장이 나오는 것은 명쾌하게 공개 안 하는 정부 당국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월성 1~4호기 등 진앙 주변의 원자력발전소는 포항 지진의 250배 지진이 와도 안전하다"는 보도가 국민을 거짓 안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포항 지진 규모는 5.4인데, 주변 원전은 7.0에 대비해 내진(耐震) 설계가 돼 있다. 전체 에너지를 계산하면 250배 차이가 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지진 규모'로 말하지만, 원전 내진 설계 기준은 '지반 가속도 값'(지반의 흔들림을 나타내는 값)이다. 0.2g을 감당할 수 있게 설계돼 있다. 포항 지진은 지반 가속도 값이 0.013g이었다."

    ―"내진 설계가 돼 있다고 해도 지진 진앙(震央)에서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분이 내진 설계 과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점까지 다 고려해서 원전 설계를 하는 것이다. 원전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진'이다. 원전 건설 부지에서 반경 320㎞ 안에서 과거 1000년 동안 역사서나 측정 자료 등에 나와 있는 지진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중 최대(最大) 지진이 원전 부지 바로 밑에서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최악 상황을 가정해 내진 설계하고 여기에다 1.6배의 안전 여유도(度)를 추가한다."

    ―우리나라 땅 밑 단층 조사는 거의 안 됐고, 지진 데이터도 부실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현재 수준의 내진 설계와 안전 여유도로 충분하다고 본다. 전 세계 원전 450기 중 절반이 지진과 얼마간 연관이 있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1988년 아르메니아에서 규모 6.8 지진이 났을 때 진앙에서 75㎞ 떨어진 '메사모르 원전'은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고베 지진 때도 인근 원전 3기는 끄떡없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당시 9.0 규모의 지진이었지만 원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진앙에서 더 가깝고 높은 언덕에 있어 지진 충격이 더 컸던 '오나가와 원전'도 피해가 없었다. 처음에는 후쿠시마 원전도 괜찮았다. 53분 뒤 해일이 덮치면서 기름 탱크와 디젤 발전기가 침수됐다. 지하에 있던 발전기는 방수 시설이 안 돼 있었다."

    ―앞서 한국원자력연구원 출신 시민 단체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전원이 꺼져 냉각 기능이 상실되면서 핵연료가 용융된 것이다. 외부 전원은 송전선을 타고 오는데, 지진 탓에 송전탑이 넘어져 1차로 외부 전원이 꺼졌다. 2차 비상 디젤발전기는 해일에 침수돼 기능을 잃었다. 이를 '해일'에 의한 원전 사고라 할 수 있을까. 만약 외부 송전탑만 살아있으면 냉각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 '지진'이라는 주장인데?

    "지진으로 송전탑이 넘어지는 것은 '외부 전원 상실 사고'로 원전 설계 과정에서 반영돼 있다. 국내 원전은 건물 내부에 비상 발전기가 두 대, 바깥에는 인근 원전과 공유하는 발전기 한 대, 그리고 원전에서 가장 가까운 산 위에 발전기 차량이 있다. 내진 설계된 원전의 사고는 지진으로 거의 생길 수가 없고 발생한 적이 없다. 원전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부풀리거나 틀린 사실을 말해선 안 된다. 전문성을 갖고 정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일본은 원전 안전에서 앞서 있는데, 비상 발전기를 왜 지하에 뒀나?

    "발전기는 진동이 심해 통상 지하에 둔다. 방수 시설을 안 한 게 문제였다. 그전에 IAEA나 일본 내부에서도 수차례 '담을 쌓아 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안전 규제 기관이 원전 진흥 부처의 관료주의에 휘둘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은 뒤 우리도 원전 안전 규제를 담당할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불신이 있는데?.

    "처음에 대통령 직속인 독립 기구였다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총리실 산하로 들어갔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휘를 받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블랙 스완(black swan)'을 잡아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상상치도 못할 일이 터지는 걸 블랙 스완이라고 한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정부 각료 회의에도 못 들어간다. 예산 받을 때는 기재부에 매인다. 정부 부처에 종속돼 제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원전 내 부품이 2백만개라고 들었다. 지진에 흔들려 이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문제로 커질 가능성은 없나?

    "가령 증기 발생기 튜브는 바늘구멍만 뚫려도 전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다른 부품은 하나가 고장 나면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여분 부품들이 작동한다. 전문용어로 '리던던시(redundancy·다중화)'라고 한다. 제어나 안전장치가 모두 이중·삼중으로 되어 있다."

    황일순 서울대 교수와 최보식 선임기자 사진

    ―"원전 건물 지반이 가라앉아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 이번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면 지진 피로감으로 지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지반 조사를 거쳐 원전은 암반(巖盤) 위에 짓는다. 물론 과거부터 빈번하게 지진이 발생했으면 지반 침하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이런 과장된 주장이 나오는 것은 모든 사실을 명쾌하게 공개하지 않은 정부 당국의 문제도 있다. 원전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오류를 체크할 수 있고 무엇보다 국민이 안심한다. 이번 지진에서도 그동안 투명하지 않았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번 지진에서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나?

    "지열(地熱)발전소인데…."

    ―일부 지질 전문가는 지열발전소를 포항 지진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고 지목했는데?

    "지열발전소가 지진 유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이미 다른 외국 사례에서 알려져 있었다. 지열발전소 주위에서 미소(微小) 지진이 발생한 데이터가 나오고 있어서, 나도 2년 전부터 포항 지열발전소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여기서도 미소 지진이 분명 있었을 거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포항 지진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나?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외국 데이터에서는 그런 연관성을 보였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검토해봐야 했다. 또 이런 사실을 알리고 주민을 감시단에 참여시켜 투명하게 해야 했다."

    ―포항 지진이 아니었으면 나도 지열발전소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거다. 당초 지열발전소 건설 계획이 있었을 때 전문가 집단에서 이 문제를 놓고 논의 안 했나?

    "이명박 정권 시절 '녹색 성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산업자원부가 민간과 합작해 433억원을 들여 지었고, 2단계에서 800억원을 더 들여 확장하고 있다. 이런 안전 문제를 논의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들은 바 없다. 선진국에서는 과학기술은 정치와 독립돼 있다. 과학기술 관련 국책 사업은 공무원들이 결정하거나 주도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들은 과학기술의 잣대가 아닌 정치·경제·여론·행정편의 등의 잣대로 추진한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은 '원전 마피아'라고 공격받았다. 전문가의 발언은 제 밥그릇을 챙기는 걸로 받아들여졌는데?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내에서 비리가 터졌을 때 당시 실무자들이 학연으로 연결된 것을 '원전 마피아'라고 했다. 이들은 실무 차원이고, 중요한 결정은 산업부·기재부 관료들이 한다. 몸통을 고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당시 내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요청을 받고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봤다. 그때부터 10년 전 노무현 정권에서 발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왜 노무현 정부가 나오나?

    "노무현 정부는 '전력 사용량 상승이 둔화할 것이다'라며 원전 건설 허가를 안 내줬다. 환경 단체의 입김이 작용해 민자로 LNG 발전소를 짓는 쪽으로 갔다. 그 정책 결정 이후 LNG 가격이 상승하니 민간에서 발전소를 안 지었다. 또 예상과 달리 전력 사용량의 증가세가 무뎌지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 뒤늦게 원전 4기 건설을 동시에 허가했다."

    ―그게 '원전 비리'와 무슨 관계가 있나?

    "원전을 짓는 데 8년이 걸린다. 산업부는 전력 예비율 문제가 부각되자 원전을 빨리 지으라고 재촉했다. 그 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원전 수출을 위해 '원자로 기술을 조속히 국산화하라'고 했다. 원전 수출 성사로 업무가 가중된 원전 산업계에 기재부가 칼을 댔다. 공기업 합리화 조치로 인력이 20% 감축됐다. 공무원들이 정부 입장만 생각하면 실무선에서 감당할 수 없다. 문제가 터지자 근본적 정책 실패는 덮고 비리 원인을 실무자 '깃털'에게 '마피아'라고 모두 덮어씌웠다."

    ―현 정권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을 못 시켰지만 '탈원전 정책'은 강행하겠다는 입장인데.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지진으로 원전이 폭발한다는 만화 수준 영화 '판도라'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이것이 탈원전 정책을 결심하게 된 동기라고 들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에너지는 산업 사회의 심장과 같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수입액은 총수입액의 3분의 1에 상당한다. 이런 상황인데 정부가 납득할 만한 논리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 과거 다른 나라에서 극단주의적 정부가 초보 이론으로 중요 정책을 밀어붙여 그 국민을 비극으로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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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일순 교수는 어떤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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