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열발전소가 지진 유발했나… 지질학계 의견 분분

    입력 : 2017.11.25 03:01

    - 포항 지진 긴급 포럼
    "단층에 물 주입해 땅 응력 변화"
    "日지진 탓 한반도지각 변한 것"
    "영향 미쳤어도 단일 원인 아냐"

    "포항 지열(地熱)발전소에서 지속적으로 땅속에 물을 주입해 지진을 유발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 자체가 변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대한지질학회 등 주관으로 24일 열린 '포항 지진 긴급 포럼'에서 포항 지진의 원인을 두고 국내 지질학자들의 의견이 갈렸다. 고려대 이진한 교수, 부산대 김광희 교수 등은 지열발전소가 지난 15일 포항 흥해읍 일대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연세대 홍태경 교수, 부경대 강태섭 교수 등은 포항 지역의 약한 토질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경주 지진 이후 포항 일대 미소(微小) 지진 활동을 관찰해 온 김광희 교수는 "국내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포항 흥해에서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는데 작년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기 시작한 이후 4개월간 규모 2.0 이상 지진이 세 번, 3.0 이상이 한 번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보다 적은 규모 2.0 미만 미소 지진은 작년 1월 발전소가 지열을 얻기 위해 땅속에 물을 주입한 이후 33차례 발생했다"면서 "물 주입과 미소 지진이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준공률 90% 상태인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하 4.3㎞ 깊이까지 직경 20㎝의 시추공 두 개를 뚫어 작년 1월~올 9월까지 1만2000㎥의 물을 주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한 교수는 "주입한 물이 단층대에 스며들면 땅의 응력에 영향을 줘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선 (물 주입으로) 규모 5.6 지진까지 유발됐다"고 말했다.

    포항 지진 현황
    반면 홍태경 교수는 지열발전소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포항 지진을 발생시킨 더 큰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반도 동부는 5㎝, 서부는 2㎝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이 벌어진 틈(3㎝)만큼 지층이 약해지는 바람에 "지진이 빈발하고 강도도 세졌다"는 것이다. 강태섭 교수는 "물 주입으로 포항 지진처럼 규모 5.4 지진이 일어나려면 적어도 수백만t의 물이 필요하다"면서 "지열발전소에서 주입한 물은 1만2000㎥밖에 안 돼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양측은 이처럼 지열발전소의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를 밝혔지만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유일한 원인일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동일본과 경주 지진의 영향, 한반도 지층의 변화, 포항 일대의 연약한 지반 등이 모두 포항 지진을 일으킨 복합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편 중앙안전재난본부는 이날 "국제 전문가로 조사단을 구성해 (지열발전소의 영향을) 정밀 조사할 계획"이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열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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