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인증기기가 설치된 신한은행 스마트 현금인출기(ATM)에서 고객이 손바닥을 펴고 본인 인증을 하는 모습.

정맥인증은 손바닥의 정맥을 근적외선(近赤外線)으로 촬영해 비밀번호 대신에 본인을 인증하는 기술입니다. 지난 2015년 신한은행이 이 기술을 현금인출기(ATM)에서 고객을 인증하는 데 처음 도입했고, 올해 NH투자증권이 80여개 점포에 이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정맥 인증 ATM을 3300여대 설치할 계획입니다. 사전에 은행을 방문해 정맥 정보를 등록한 고객은 신분증이나 카드, 통장 없이도 ATM 앞에서 손바닥만 한 번 쓱 보여주면 본인 인증을 거쳐 현금을 인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맥 인증 기능이 있는 ATM에 손바닥을 펴서 인증기기에 올리면 2초 안에 인증이 끝납니다. 센서에서 근적외선이 나와 손바닥 사진을 찍습니다. 피부에 가장 깊이 투과되는 파장인 근적외선을 이용하면 X레이 사진처럼 정맥 생김새를 찍을 수 있습니다. 이후 정맥 핏줄의 모양새만 따로 분석해 특징을 알아내는 원리입니다.

지문이 없는 사람은 있어도 정맥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손바닥은 수많은 정맥이 복잡하게 교차하기 때문에 일란성 쌍둥이조차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혈관 굵기나 크기는 성장하면서 변하지만, 혈관들의 모양은 평생 변하지 않습니다.

정맥 인증은 지문 인식처럼 센서에 접촉할 필요가 없어 손에 땀이 많은 사람도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얼굴 인식처럼 스마트폰 앞에서 부자연스럽게 사진 찍는 자세를 취할 필요도 없습니다. 게다가 본인거부율(FRR·시스템이 본인을 다른 사람으로 오인하는 비율)에서 정맥 인증은 다른 생체 인증보다 훨씬 낫습니다. 정맥 인증의 FRR 수치는 0.1%이지만, 얼굴 인증은 2.6%, 음성 인증은 1%, 지문 인증은 0.5% 수준입니다.

정확한 신원 확인이 중요한 금융 산업에서 정맥 인증 방식이 가장 안전한 인증 수단으로 각광받는 이유입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맥 인증을 10년 전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해외에서도 단 한 차례의 금융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스마트폰에는 지문 인증 방식이 많이 쓰이고, 최근 출시된 아이폰X(텐)에는 얼굴 인증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조만간 스마트폰에서 송금을 할 때 복잡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손바닥을 쫙 펴서 화면에 가져다 대는 날이 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