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연주 90년의 삶… 경영자와 예술가는 통한다

조선일보
  •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입력 2017.11.24 03:03

[박소령의 올댓비즈니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인정하고 싶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연습한 대로 연주해요.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요? 하루에 여덟 시간 연습했습니다. 살아남으려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두 배 더 준비해야 해요. 요컨대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에게 김연수의 에세이, '소설가의 일'을 선물했다. 얼마 전 만나서 책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작가가 스타트업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을 텐데도, 내가 고민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많아서 굉장히 놀랐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소설가의 일'이 최고의 경영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분에게 두 번째로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은 '피아니스트의 아흔 해 인생 인터뷰'라는 부제가 있다. 1927년에 태어나 50세에 무대 연주에서 은퇴했고, 그 후 40년은 교육과 작곡, 글쓰기에 매진해 온 번스타인이 종교학자 앤드루 하비와 일주일 동안 나눈 대화가 책의 내용이다. 예술가와 학자 간의 대담이지만,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도 값지다. 좋은 책이 대체로 그렇듯, 독자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가 다채롭겠지만 두 가지를 꼽아본다.

거의 한 세기 동안 피아노를 연주한 번스타인도 공연 전에는 불안에 시달린다. 그는 무대 공포증을 없앨 수는 없으며, 이 자체를 자신이 하는 일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황을 견뎌내는 훈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설 때 다음 단계의 도전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관건은 관심 가는 것을 꼭 붙들고 결실을 맺을 때까지 매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번스타인은 제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연주를 함부로 듣지 말라 한다. 고독과 사색, 몰입과 인내 끝에 자신만의 결론을 먼저 얻어야 한다고. 삶은 자신의 양손으로 쥐어야 하며, 다른 사람이 우리를 구해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한다. 번스타인의 90년 인생은 일과 자신의 존재를 진정한 차원에서 하나로 통합하려는 노력의 시간이라 할 수 있으니, 이 단계에서는 거장 예술가와 경지에 오른 경영자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이 책은 배우 에단 호크가 감독한 2014년 작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의 후속작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다큐멘터리도 보시길 추천한다. 음악가로부터 배우는 인생의 통찰을 더 즐기고 싶은 분이 있다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 대담집도 함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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