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에 '인격 테러' 비판한 김종대 의원에 비난 쇄도…"뱃속에 회충 가득하게 만든 깡패정권엔 한마디 못하면서"

    입력 : 2017.11.22 14:22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국종 교수가 22일 “말이 말을 낳는 상황에 자괴감이 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 상태에 대한 브리핑에서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말이 잔치가 돼버리는 복잡한 상황에서 버텨나갈 힘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자 인권침해 말하기 전에 인권 사각지대에서 비참하게 일하고 있는 중증외상센터 직원, 나아가서는 한국의 모든 병원들은 선진국 병원들에 비해 3분의 1밖에 고용을 안 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

    이 같은 이 교수의 발언의 배경에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북한 귀순 병사 몸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의료진 브리핑에 대해 “인격 테러”라고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라며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썼다.

    이어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이라며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나라 북한보다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이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교수는 지난 15일 귀순 북한군 병사에 대한 2차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밝히는 브리핑에서 “파열된 소장의 내부에서 수십 마리의 기생충 성충이 발견됐다. 큰 것은 길이가 27㎝에 달해 회충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기생충에 의한 오염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기생충은 총상 이후 상처로 들어간 것이 아닌 원래 병사의 몸속에 있던 것”이라고 했다.
    /채널A 뉴스화면 캡처

    자신의 브리핑을 두고 김 의원이 ‘인격 테러’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이 교수는 21일 채널A와 인터뷰에서 “공개한 모든 정보는 합동참모본부와 상의해 결정했다”면서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비난은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22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의료법 위반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썼다.

    김 의원은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에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교수님의 명성과 권위를 잘 알고 있다. 이 교수는 국민적 존경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의료인의 귀감일 것”이라면서도 ‘의료법’을 거론하며 이 교수에 대한 비판을 시작했다.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

    김 의원은 “우리나라 의료법 제19조에서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문점에서의 총격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은 그 병사의 상태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의사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심폐 소생이나 수술 상황이나 그 이후 감염 여부 등 생명의 위독 상태에 대한 설명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으며,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수술실에 군 정보기관 요원들이 있었다’는 이 교수 발언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수술실에 군 정보기관 요원들이 들어와 멋대로 환자 상태를 평가하도록 방치했다”라며 “이 문제를 지적한 저에게 격하게 반발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는데, 그 이전에 의료의 윤리와 기본원칙이 침해당한 데 대해 깊은 책임과 유감을 표명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종대 의원(왼쪽), 이국종 교수. /연합뉴스, 조선DB

    김 의원의 이 같은 비판은 정치권과 네티즌들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왔다.

    박인숙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김 의원은 정말 잘못된 발언을 했다”며 “북한 기생충 문제는 중요한 보건의료 아젠다인데, 이를 말한 이국종 교수가 인권을 말살했다고 말하는 것은 무식하고 왜곡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도 “김 의원은 이 교수에 사과하라”며 “총알 5발을 맞고 죽을 위기인 병사를 구한 은인을 테러리스트에 비유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주민 중 기생충이 없는 사람은 김정은과 그 가족 수준이다”며 “기생충이 있다는 심각성을 말해야지, 인권 운운하느냐”고 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선량한 소시민을 하루아침에 인격테러범으로 만드는 너희들이 바로 인격테러범”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어 “그 뱃속에 회충이 가득하게 만들고 회충약이 없어 볏집물을 먹게한 깡패정권에는 한마디 못하면서 겨우 치료해주고 회충 공개한 의사가 그리 못마땅한가?”라며 “이번 일로 북의 지옥같은 실상이 드러나니 화가 나나보다”라고 꼬집었다.

    네티즌들도 공분하고 있다. 김종대 의원이 22일 ‘의료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김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4시간여만에 수백개 달렸다. ‘북한군 귀순병사 인권은 중요하고 그를 치료하는 의사의 인권은 본인이 마음대로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 ‘뭐하러 불필요한 말을 해서 의료진 사기를 꺾느냐’ ‘무슨 생각으로 그따위 말을’ 같은 원색적인 비난 댓글도 나왔다.

    김종대 의원 소속 정당인 정의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도 김 의원의 발언을 지적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게시판에는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 ‘이국종 교수 인격살인한 김종대 사과하라’ ‘김종대 출당조치해야’ ‘탈당하겠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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