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김광석씨의 아내 서해순(52)씨는 지난 13일 그가 남편과 딸의 죽음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위자료 3억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냈다. 요즘 서울 서초동 법조계 인사들은 이 소송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명예훼손 사건 중 최고액의 위자료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자료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는 별개로 청구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이다. 최근까지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자료를 얼마나 매겨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그동안 법원은 대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사건 위자료 상한액인 1억원 이하로 위자료를 책정해왔다. 그런데 대법원은 작년 10월 명예훼손 등 네 가지 범죄에 대한 위자료 계산 기준을 마련하고 상한액도 대폭 올렸다. 소셜미디어 등으로 허위 정보가 순식간에 퍼져 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법원이 새로 마련한 기준에 따르면 명예훼손 정도가 큰 중대 피해 사건의 경우 위자료 상한액은 1억원이다. 그러나 허위 사실이나 인지도가 높은 사람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상한액은 최고 3억원까지 높아진다. 서씨 측은 대법원 기준이 허용한 최고 금액(3억원)을 이씨에게 요구한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아직 위자료로 이 금액을 인정한 판결은 없었다"고 했다.
법원이 서씨 측이 요구한 위자료를 그대로 인정할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법조계 일각에선 이씨가 서씨에게 제기한 의혹에 대해 경찰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씨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고액 위자료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씨가 영화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 공익이 아니라 영리 목적이었다고 인정되면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명예훼손 사건 중 위자료가 가장 높았던 것은 2012년 한 방송사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해 피해자 측에 위자료 1억5000만원을 지급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법원이 이씨가 이 영화를 제작한 것이 그동안 김광석씨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돼 왔던 사회적 의문을 풀어주려는 공익 목적이었고, 이씨가 이 의혹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판단할 경우 서씨가 패소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며 "거액의 위자료가 걸려 있어 법정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