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남북)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자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도 한다. 어떤 맥락에서 트럼프가 통일에 회의적인 듯한 질문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한국민의 통일 소망에 대해 별다른 공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이해가 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결국 트럼트 대통령의 귀를 누가 먼저 잡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문제를 설명하느냐에 따라 그의 인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를 가장 먼저 만나 장시간 대화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아베가 트럼프와 대화하고 통화한 시간은 문 대통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중·일의 입장에서 본 이런 한반도관이 트럼프에게 심어졌다면 심각한 일이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자신들 국익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이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영구 분단을 전제로 한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도 북한을 중국의 완충지대로 인정하는 내용의 아이디어를 트럼프에게 제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트럼트 대통령의 '통일을 꼭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이 채택한 '한·미 동맹 미래 비전'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한다"고 선언했다. 그게 불과 몇 년 만에 '통일 꼭 해야 하느냐'로 바뀌었다. 외국 대통령을 탓할 게 아니라 우리 외교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지도부의 귀를 잡고 한국이 보는 한반도 문제를 인식시킬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는가.
북핵이 폐기돼야 하는 것은 당장의 위협이기도 하지만 북핵을 그냥 두고서는 분단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핵 해결은 통일 과정의 일부다. 한·미 정상이 '통일 한국'의 좌표를 긴밀히 공유하지 않으면 '영구 분단'이 북핵 해결책이라고 우리 앞에 던져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