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은 국내 건축물들이 지진에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한동대의 건물벽 바깥 마감재들이 무너져 내리면서 혼비백산한 학생들이 대피하는 동영상은 충격적이었다. 1층을 주차장으로 쓰는 필로티 구조의 다세대 주택은 건물을 띄워 올리는 기둥 콘크리트가 바스러지고 철근이 뒤틀리면서 곧바로 내려앉을 듯했다. 5층 아파트는 건물이 통째로 뒤로 기우뚱 기울어졌다. 정부 집계로는 16일 현재 이번 지진으로 부서진 주택이 1200채를 넘고 32개 학교 건물이 파손됐다. 피해지역 건물들에 대한 정밀 구조진단을 신속히 실시해야 한다.

전국의 2층·연면적 500㎡ 이상 민간 건축물 264만9802동(棟) 가운데 내진 설계가 된 곳은 20.4%에 불과하다. 학교 시설 가운데 내진 성능이 확보된 곳도 23.1%밖에 안 된다. 정부가 수능을 연기한 것도 포항 지역 학교 피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벽에 금이 간 길이를 합치면 1000m 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시설이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때는 7000개 학교 건물이 붕괴돼 학생 5300명이 숨졌다. 이번 지진에 아무 문제도 없었던 원전이 아니라 학교 안전부터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연간 2500억원씩 학교 시설 개선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해도 모든 학교가 지진에 견딜 수 있게 되려면 20년 넘게 걸린다. 재원 투입을 더 늘려서라도 내진 보강을 앞당겨야 한다.

일본에선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규모 5.0 이상 지진이 4000건 넘게 발생했지만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파괴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5000명이 사망한 고베 지진 때도 주변 원전들은 문제가 없었다. 후쿠시마 사태 역시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지진만으로는 원전에 이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같은 기간 규모 5.0 이상 지진이 9차례 발생했다. 일본과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포항 지진을 빌미로 다시 탈(脫)원전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비합리적 주장을 펴는 것이 광우병 사태 때와 같다.

원전은 이미 24개 모든 원전을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보강 중에 있고 내년 6월까지 완공된다. 지금 더 시급한 것은 학교 등 일반 건축물의 내진 보강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다. 단층 연구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도 시작해야 한다. 지난해 울산 앞바다에서도 규모 5.0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아직 손도 대지 못한 해상 단층 연구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