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 폐 반쪽씩 딸에게 이식, 국내 첫 성공

    입력 : 2017.11.16 03:02

    살아있는 사람 폐 이식은 처음
    생체 폐 이식 위험해 국내선 금지… 아산병원, 윤리위 승인 받아 수술

    뇌사자 이식 대기자 300여명… 절반은 기증 기다리다 사망해
    "수술 성공으로 합법화 가능성"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체 폐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폐 기능이 망가진 딸에게 아빠와 엄마의 폐 일부를 각각 떼어내 이식하는 수술로 딸은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살아 있는 사람의 폐를 떼어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폐 이식은 뇌사자 공여의 경우만 가능하고, 생체 폐 이식은 위험성 문제 등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번 성공을 계기로 생체 폐 이식도 허용하는 법 개정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15일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이 지난 10월 중순 '말기 폐부전'으로 폐 기능을 모두 잃은 환자 오화진(20)씨에게 아버지 오승택(55)씨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과 어머니 김해영(49)씨의 왼쪽 폐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을 시행했다"면서 "현재 환자는 건강하게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폐는 오른쪽 3개, 왼쪽은 2개 조각(폐엽)으로 이뤄져 있다. 폐암 수술받은 환자들처럼 폐 일부를 절제해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국내 처음으로 생체 폐 이식 수술에 성공한 환자 오화진(오른쪽에서 둘째)씨가 집도의인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박승일(맨 왼쪽) 교수와 함께 웃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생체 폐 이식 수술에 성공한 환자 오화진(오른쪽에서 둘째)씨가 집도의인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박승일(맨 왼쪽) 교수와 함께 웃고 있다. 오씨는 아버지 오승택(맨 오른쪽)씨의 오른쪽 폐 아랫부분과 어머니 김해영(왼쪽 둘째)씨의 왼쪽 폐 아랫부분을 떼어 이식하는 생체 폐 이식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환자 오씨는 3년 전부터 원인 불명의 특발성 폐고혈압증을 앓아왔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이 두꺼워져 피를 폐로 보내기 어려운 상태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폐 기능도 망가지고,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심장마비가 올 수 있다. 지난해 오씨에게 심장마비 쇼크가 왔으나, 극적으로 심장박동이 돌아와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씨 부모는 자신들의 폐 일부를 딸에게 주고자 했으나, 생체 이식 금지라는 법 규정에 가로막혔다. 오씨 부부는 이에, 국민 신문고에 청원을 넣기도 했고, 생체 폐 이식으로 유명한 일본 교토대 의대에 원정 수술을 문의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8년부터 교토대로부터 생체 이식 기술을 익히고 있던 서울아산병원팀을 만났고, 생체 폐 이식 수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병원은 말기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자 의료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수술에 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일 아빠·엄마 폐 절제, 환자 폐 이식을 위해 수술실 3개가 동시에 열리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환자는 이식 수술 6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이식된 폐로 호흡할 수 있게 되면서 건강을 되찾고 있다. 폐 공여자인 부모도 후유증 없이 6일 만에 퇴원했다.

    생체 폐 이식 과정
    수술을 집도한 흉부외과 박승일 교수는 "생체 폐 이식 성공으로 뇌사자 폐 이식을 기다리다 상태가 악화해 사망하는 환자, 특히 소아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제시된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뇌사자 폐 이식 대기자는 300여 명이고, 평균 대기 기간은 1400여 일이다. 대기자 절반 정도가 기다리다 죽음을 맞는다.

    생체 폐 이식은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건 넘는 시술이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공여자를 부모와 형제·자매로 한정해서 허용하고 있다. 이식 후 3년 생존율이 85% 정도다. 국내 장기이식법은 신장·간·골수·췌장·췌도·소장 등 6개 장기만 생체 이식을 허용하고 있다. 대다수 장기 이식 수술은 첫 시도가 성공하면서 합법화되는 과정을 거쳐, 폐 이식 수술도 같은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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