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부터 끄는 '대미지 컨트롤' 수술로 살려놨다

    입력 : 2017.11.15 03:02

    ['JSA 총격' 귀순]

    北 귀순 병사 치료 보니
    손상 부위 다 손대면 쇼크사 우려… 가장 심각한 부위만 먼저 수술
    외상 환자 생존율 최고 30→80%

    북한군 병사가 5~6발의 총탄을 맞고 폐와 복부에 다발성 손상을 입었음에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팀이 중증 외상 환자에게 시행하는 '대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 수술 덕분이었다. 이는 손상 부위를 한꺼번에 수술하지 않고 출혈이나 감염을 일으키는 핵심 부위만 우선 수술한 뒤 나머지 손상 부위를 단계적으로 수술하는 방식이다. 급한 불부터 먼저 끄는 방식으로 일단 생명을 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교수는 북한병의 복부 장기 손상 상태가 너무 심해 우선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부위부터 손을 댔다. 찢어진 북한병의 소장 여러 곳에서 음식 찌꺼기가 복강 내로 새어 나오는 곳과 파손된 폐 등 주요 부위부터 수술한 뒤 배를 닫지 않고 열어 놓은 상태에서 수술을 마쳤다. 환자의 배 위에 의료용 투명 비닐을 덮고 중환자실로 옮겼다.

    통상적으로 개복(開腹) 수술을 하고 배를 열어 둔 채 수술실 밖으로 빼는 경우는 없다. 그러면 배 안으로 세균이 들어와 패혈증으로 환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대미지 컨트롤 수술을 한 이유는 너무 심한 손상으로 수술 중에도 쇼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손상 부위를 다 마무리하려고 시간을 끌다가 수술실에서 환자가 사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우선 급한 처치를 한 뒤 중환자실에서 수혈로 과다 출혈 문제를 해결하고, 항생제로 감염 치료를 하면서 환자 상태를 살피게 된다. 이 교수는 "투명한 비닐을 통해 배 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면서 "출혈이나 염증이 차오르는 것이 보이면 바로 재수술에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대미지 컨트롤 수술 개념은 영국 해군의 피격 군함 처리 방법에서 비롯됐다. 군함이 폭격을 당하면 일단 배가 침몰하지 않을 정도로 임시로 수리한 후 항구로 끌고 와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대미지 컨트롤 수술은 이 교수가 지난 2003년쯤 국내에 도입했다. 당시 일부 외과 의사는 이 방식 수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술을 하다가 마는 경우도 있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금은 중증 외상 환자 치료에서 대미지 컨트롤 수술이 대세가 됐다. 이 방법으로 10~30%에 머물던 생존율이 60~80%로 올랐다.

    [인물정보]
    이국종, 귀순 병사 수술 집도한 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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