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靑, 삼성 합병 개입… 국민연금 손해 입었다"

    입력 : 2017.11.15 03:09

    문형표·홍완선, 항소심서 2년 6개월刑… 1심과 같은 형량
    박 前대통령·이재용 재판, 뇌물 혐의 판단에 영향 미칠 듯

    법원이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항소심에서 청와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는 14일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는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국민연금에 불리한데도 합병 찬성을 유도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홍완선(61)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도 1심처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은 특정 기업의 합병을 성사시키려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위법·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을 잘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으로부터 전달받고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1심은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에 외압을 넣은 사실만 인정했을 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자 문 전 장관 측은 항소심에서 "청와대의 지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범행의 동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기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술 등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은 법정에서 "2015년 6월 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삼성 합병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문제를 잘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진수 전 보건복지비서관도 "대통령의 지시로 경제수석실이 합병 건을 적극적으로 챙겼고 합병 결과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문 전 장관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자문에 따라 업무 처리를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충분히 안 전 수석을 통해 대통령 지시를 전달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합병 개입 여부는 두 사람의 뇌물 혐의를 가르는 핵심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 등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삼성이 정유라 승마 지원 등 뇌물을 줬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측은 삼성 합병을 도와주라고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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