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말로만 하는 혁신 성장

    입력 : 2017.11.15 03:14

    강동철 샌프란시스코 특파원
    강동철 샌프란시스코 특파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까지 이어지는 실리콘밸리 일대에서는 'Chariot(채리어트)'라는 글씨가 쓰인 초록색 소형 버스를 쉽게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는 대중교통 버스보다 더 자주 눈에 띈다.

    이 버스는 미국의 스타트업 '챨럿'이 운영하는 셔틀버스다. 사용자의 수요에 따라 자체 노선을 만들어 승객을 실어나른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오가는 노선만 20여개에 달한다. 수요를 분석해 노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버스·지하철을 타고 빙빙 돌아가지 않고 빠르게 목적지에 갈 수 있어 편리하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통근버스 서비스도 운영한다.

    뉴욕, LA만큼 교통 체증이 심각한 실리콘밸리에서 최근 인기몰이를 하는 서비스는 '스쿠프'라는 카풀 앱이다. 앱에 출퇴근 시간과 목적지만 미리 입력해두면 길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연결해준다. 요금은 우버·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보다 저렴한 데다 다양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만나기 좋아 네트워킹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런 서비스는 한국에도 있다. 한국 스타트업 '콜버스랩'과 '풀러스'가 각각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일찌감치 내놨다. 콜버스랩은 2016년 전세버스를 활용해 심야 시간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셔틀버스 사업을 시작했고, 풀러스도 2016년 창업 후 전국에서 카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풀러스는 최근 네이버 등으로부터 22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까지 유치했다.

    2016년 2월17일 밤 복잡한 서울 강남역에서 콜버스를 불렀다. 근처 학동역에 대기하고 있던 콜버스가 10분 만에 승객을 태우러 왔다. /성형주 기자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서비스를 대하는 자세는 실리콘밸리와 너무나도 다르다. 콜버스랩은 시험 단계부터 정부의 규제와 택시조합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불법 논란에 휩싸인 콜버스랩은 결국 택시·버스 운송 면허를 가진 업체의 차량만 쓸 수 있게 됐다. 수익성 악화에 버티지 못한 콜버스랩은 최근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로 사업 방향까지 틀었다. 풀러스도 카풀 이용 시간을 확대하자 서울시가 현행법 위반이라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출퇴근을 광범위하게 해석해 일반 차량이 유상 영업하는 것은 택시 운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포드는 찰럿을 약 6500만달러에 인수했다. 매각 후에도 찰럿은 사업은 독자 운영하면서 사업 지역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스쿠프 역시 1600만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급성장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혁신 성장'을 꼽는다. 이를 위해 '4차산업혁명위원회'라는 거창한 이름의 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정부가 혁신 성장을 추구한다면 위원회를 만들기보다 새로운 서비스마다 발목 잡는 규제를 철폐하고, 규제를 무기 삼아 불법 낙인을 찍으려 드는 행정 조직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 먼저다. 혁신 성장은 구호가 아닌 실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 그냥 찰럿과 스쿠프 사례라도 베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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