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5 16:39 | 수정 : 2017.12.08 13:33

    [뮤직 짬]

    • 글/구성 : 뉴스콘텐츠팀 이수진

    김성재는 지금도 천국에서 춤을 추고 있을까… 듀스(DEUX)의 음악을 다시 들으며


    연예계의 '11월 괴담'은 아직 유효한가

    10월 30일 연예계에 급작스러운 비보가 날아들었다. 묵묵히 제 할 일 잘 하고 있던 배우 한 사람이 부지불식간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간간히 작품을 통해서 얼굴을 보던 일개 배우의 부재가 이토록 큰 줄 알고 보니, 새삼 연예인이라는 사람들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인 건지 생각해보게도 된다. 그리고 곧 11월이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11월에도, 생때같은 한 젊은 가수가 절명했다. 적어도 내게는 연예계 11월 괴담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되는 죽음이다. 솔로로 이제 막 컴백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분 좋게 잠이 들었던 가수 김성재가 사망한 것이다. 젊디 젊은 가수가 하룻밤 사이에 세상에서 사라졌다.

    김성재 (1972.4.18 ~ 1995.11.20)

    대한민국 힙합의 조상 '듀스(DEUX)'

    김성재가 왜 죽었는지는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 있다. 그가 자살했다거나 약물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말들도 여러 정황상 신빙성이 없다. 여전히 남아 있는 의혹은 이 젊은 가수의 죽음을 더욱 안타깝게 할 뿐이다. 그 의혹은 가슴 아프지만 한 켠에 놓아두고 지금 여기서는 음악얘기를 하려고 한다. 김성재는, 대한민국 힙합의 조상으로 불리는 듀스의 멤버였다.

    멤버의 사망으로 듀스는 영원히 재결합하지 못한 채 전설로 남아 있다. 1993년에 데뷔해서 1995년 해체할 때까지 약 2년여 동안 정규앨범만 세 장을 냈다. 당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2집을 위해 공백기에 들어갔을 때 데뷔해서, 서태지와 아이들 못지 않은 인기몰이를 했다.

    듀스 1집 Deux의 '나를 돌아봐'


    이현도가 주로 작업한 것으로 채워진 음악들은 당시 대중들에게 막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팝 스타일의 랩 댄스 음악을 좀 더 세련되게 선보였다. '뉴 잭 스윙'이라는 장르로 소개된 듀스의 음악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랩댄스 음악을 이미 접한 젊은 대중들의 취향을 그야말로 저격했다. 22살 동갑내기 두 청년의 고난이도 댄스가 펼쳐지는 패기 넘치는 무대도 인기에 한 몫 했다. 당시 '발랄한' 남학생들치고 장기자랑에서 듀스 춤에 도전 안해본 녀석들이 없었다는 것은 이제 전설이다.

    듀스(DEUX : 1993~1995)

    "나는 알고 있었어. 우리가 헤어지는 걸"

    듀스는 댄스음악도 잘 만들었지만 발라드 음악에도 발군이었다. 1집에서는 하나뿐이었던 미디엄템포 곡이 2집에서는 6곡으로 절반 가까이 채워졌다. 가창력이 그다지 뛰어났던 팀은 아니었지만 풋풋한 목소리로 20대 초반의 감성을 거침 없이 표현했다. 가사에도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듯한 아쉬움과 회한의 정서가 많아 보이지만, 당시 작사·작곡·편곡 등을 대부분 책임져야 했던 젊은 이현도의 고통이 더 많이 느껴진다.

    듀스 3집 'Force Deux' 중 '다투고 난 뒤'

    지쳐버린 아이들

    듀스는 3집 'Force Deux'를 끝으로 해체를 선언하고 팬들과 이별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서태지는 4집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을 때 "창작의 고통이 너무 컸다"고 울먹였다. 동갑의 이현도 역시 비슷한 시기에 천재 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했던 뮤지션이었다. 그가 속한 듀스의 갑작스러운 은퇴도 '창작의 고통'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4년여 전에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한 이현도가 소문만 무성했던 해체 이유를 밝혔다. 이현도는 프로듀서를 하고 싶어했고 김성재는 솔로 엔터테이너로 가기를 원했다는 것. 젊디 젊은 두 청년이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굴레를 벗어나' 과감히 현재의 영광을 포기한 것이다.

    듀스 3집 'Force Deux'의 '굴레를 벗어나'

    다시 못올 '듀스', 눈부시게 젊었던 두 청년이 생생하다

    두 청년이 헤어지기로 의기투합했을 때 그들 자신도 듀스라는 그룹이 앞으로 영원히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팬들 역시 너무 멀지 않은 어느 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듀스'는 추억에서만 존재한다. 눈에 잡힐 듯 생생한 그 어떤 것을 앞으로는 절대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꽤나 암담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이다.

    '여름 안에서' 뮤직비디오에는 눈부시게 날씨가 좋은 여름 날, 바닷가에서 제멋대로 춤을 추는 듀스(그리고 댄서들)가 있다. 듀스를 떠올릴 때 가장 처음이 아니라 꼭 제일 마지막에 떠오르는 장면이다. 지금도 깨끗한 바닷가 어딘가에서 저렇게 춤을 추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김성재의 천국은 아마 이곳이 아닐까 싶다.

    듀스 리믹스앨범 'Rhythm Light Beat Black' 중 '여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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