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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복마전]② 주군 부담되면 승진도 안하는 은행원들

    입력 : 2017.11.13 10:59 | 수정 : 2017.11.13 17:49

    우리은행이 특혜채용 의혹 사건을 계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후임 행장을 선임해야 하는 단계다. 우리은행 내부 한일-상업 출신의 갈등은 조직 발전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정부 지분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이미 민영화된 은행이다. 정부도 경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문제는 과점주주들(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키움증권, 동양생명, IMM PE 등)이 이사회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주주들이 선임할 새 은행장이 우리은행의 복마전 같이 해묵은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며, 우리은행의 문제가 지금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복마전(伏魔殿)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근거지를 의미한다. [편집자 주]

    # 우리은행 A임원은 전략기획부장을 두 번이나 거쳤다. 그가 상무이던 시절 이광구 은행장은 이 인사에 대한 부행장 승진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본인이 고사해 상무자리를 지켰다. 같은 상업은행 출신의 핵심 측근을 부행장으로 올리면 주군(主君)인 은행장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승진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상업은행 라인 출신 행장의 성공이 개인의 승진보다 먼저였기 때문이다.

    # 우리은행 B임원은 한 시중은행의 은행장까지 지냈던 금융권 고위 인사의 인척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인사를 통해 은행의 배려를 받아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우리은행의 채용비리가 불거진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고질적인 파벌·계파 싸움이 결국 터졌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일·상업은행 출신으로 양분된 간부급 직원들과 임원들이 서로 계파와 파벌을 나눠 형성하면서 ‘내 사람’만을 챙기는 문화가 만연해졌다는 지적이다.

    이너서클 안에 인물들을 챙기고 여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줄을 잘 서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은행 내에 확산된 것은 은행 문화를 변질시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 ‘우리가 남이가?’…끝까지 챙겨주는 조직문화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아니면 사람도 아니냐”며 “이 은행에서 10여년이 넘도록 기여를 해도 결국 이들 두 은행 출신이 아닌 사람은 외부 사람이라고 배척을 받는 문화”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업은행 출신이 은행장이 되면 한일 출신들은 서로 모인 자리에서 은행장을 은행장으로 부르지 않고 인정하지도 않는 분위기라 거의 정치판에 다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출신 은행별로 강력한 계파를 형성하는 이유는 충성을 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광구 행장이 승진시킨 C임원은 미국 시카고지점장 시절 전임자의 잘못을 이어받아 은행의 징계를 받았다. 이 임원은 은행에서 징계를 7차례 이상 받았지만 결국 이 행장의 중임을 받아 승진가도를 달렸다.

    이 행장이 전략기획부장(종합기획부)이던 시절에 팀장으로 있던 D임원도 이 행장의 은행장 취임 이후 승진을 이어가며 좋은 자리를 보장받았다.

    ◆ 적과는 함께 갈 수 없다…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강등

    반면 은행 내에서 적으로 돌아선 인물들은 철저히 인사로 보복하는 게 관례가 됐다.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행장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두 행장은 모두 상업은행 출신으로 이광구 행장은 이순우 행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핵심 측근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이순우 행장이 연임에 실패하고 이광구 행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두 은행장 간의 거리는 멀어졌다.

    이후 이순우 전 행장이 한일은행 출신이던 이동건 전 수석부행장을 지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광구 행장은 수석부행장 자리를 없애고 3명의 그룹장(부문장) 자리를 신설하며 이 전 수석부행장의 직급을 강등시켰다.

    이동건 전 수석부행장은 이광구 행장의 연임 때 경쟁자로 지원했으나 탈락했다. 이광구 행장이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후 이 전 그룹장은 바로 퇴임처리됐다.

    이 행장이 연임을 위해 뛰고 있을 때 이 전 그룹장을 제외한 현직 은행 임원들이 아무도 경쟁자로 지원하지 않은 것도 이 행장과 적이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해외법인 네트워크를 쥐고 있던 E임원이나 충청권 유력 정치인들과 인맥이 두터웠던 F임원 등 대다수의 경쟁자들은 이 행장이 연임했을 경우를 감당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순우 전 회장이 수석부행장 시절 CEO에 도전했을 때 여러 현직 임원들이 경쟁자로 지원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 같다”며 “서로 싸우고 경영권을 잡으면 배제하는 문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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