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라크 국경, 일요일밤의 비극… 최소 407명 사망

    입력 : 2017.11.14 03:02

    [규모 7.3 강진 덮쳐… 부상자 7000명 넘어]

    - 실종자 숫자는 파악도 안돼
    사망자 대부분 이란 쿠르드족
    인근 주민 "일요일밤 저녁 먹는데 건물이 갑자기 춤추듯 흔들려"
    산악지대 진흙집 힘없이 붕괴… 병원까지 무너져내려서 발 동동
    올해 발생 지진 중 최악 인명피해

    이라크와 이란 국경지대인 이라크 북동부 쿠르드(Kurd) 자치지역 할라브자주(州)에서 12일(현지 시각) 오후 9시 18분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407명이 사망하고 7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이란 국영방송 이린(IRINN)이 보도했다. 지진이 강타한 지역은 국경 인근의 산악지대로, 구조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실종자 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올 들어 최대 인명 피해를 낸 지난 9월 19일 멕시코 지진(370명 사망, 규모 7.1) 피해를 넘어선 규모다.

    이란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는 이재민이 7만명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진 발생 지역은 대부분 집이 진흙과 벽돌로 지어져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많은 주민이 집 안에 있다 희생을 당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BBC는 추가 산사태가 우려돼 구호팀이 진앙 인근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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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현지 시각)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州)의 쿠르드족 도시 ‘사르폴레 자합’ 시내의 한 트럭이 전날 발생한 규모 7.3 강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최소 407명이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방송 이린이 보도했다. 맨 위 사진은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르폴레 자합 주민들이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모습. /EPA·AP 연합뉴스
    사망자 대부분은 이란 내 소수민족 쿠르드족이었다. 이린은 "이번 지진의 사상자 90% 이상이 국경에서 15㎞ 떨어진 이란 북서부 케르만샤주의 쿠르드족 도시인 '사르폴레 자합'에서 발생했다"며 "지진으로 병원까지 무너져 부상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르폴레 자합의 인구는 약 3만5000명으로 대부분이 쿠르드족이다. 주택 상당수가 지진으로 인한 산사태로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대다수 건물이 무너져 내려 도시가 초토화됐고,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아비규환이 됐다"고 했다. 이란 적신월사 모르테자 살림 지부장은 "진앙 인근은 통신도 두절됐다"고 했다.

    이라크에서는 국경에서 서쪽으로 75㎞ 떨어진 쿠르드 자치지역 술라이마니아주의 마을 '다르반디칸'의 피해가 가장 컸다. 레카트 하마 라쉬드 쿠르드 보건부 장관은 "구조대원이 모자라 사상자 집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민인 마지나 아미르씨는 BBC에 "일요일 저녁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도중 건물이 갑자기 춤을 추듯이 흔들렸다"며 "처음에는 거대한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는데, 잠시 뒤 사방에서 '지진이다!'라고 외치는 걸 들었다"고 했다.

    이라크, 이란 국경 지대 강진 발생 지역 지도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진앙은 이라크 술라이마니야주 할라브자에서 남서쪽으로 32㎞ 지점, 깊이 23.2㎞로 측정됐다. 이날 지진은 진앙에서 200㎞ 거리인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물론, 600㎞ 떨어진 테헤란, 이스파한 등 이란 북서부·중부에서도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란은 유라시아판과 아라비아판이 만나는 곳으로 국토의 대부분이 지진 위험 지역이다. 2003년에는 이날 지진이 발생한 곳에서 1100㎞ 떨어진 이란 남동부 도시 밤(Bam)에서 규모 6.6 지진이 일어나 약 3만1000명이 사망했다. 1990년 6월에는 카스피해 인근 이란 북부지역에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해 4만여명이 숨지고, 30만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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