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에 5460만원 차명 후원한 롯데홈쇼핑은?]

[전명헌 정무수석이 꺼내든 '노무현 논두렁 시계']

롯데홈쇼핑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원 시절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금 3억원을 낸 것 말고도 방송 재승인을 앞둔 201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회삿돈 5460만원을 국회의원 5~6명에게 차명 후원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이 의원들은 대부분 홈쇼핑 재승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이었다. 전 수석도 당시 이 위원회 소속이었다. 검찰은 이 후원금이 로비 자금 명목이었는지 수사 중이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사장님 감사 인사 인명록'이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 적힌 '사장님'은 강현구 전 사장이며 강 전 사장도 검찰에서 이를 인정했다고 한다. 이 문건에는 롯데홈쇼핑이 임직원 임모씨와 전모씨 등의 명의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의원 5~6명에 후원금 5640만원을 건넨 내용이 담겼다. 2014년 12월 190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 1월 200만원, 2월 700만원, 3월 7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돼 있다. 또 롯데홈쇼핑 재승인 이후인 2015년 7월엔 400만원, 9월 400만원, 12월 700만원, 2016년 3월 750만원을 건넨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임직원 이름을 빌렸지만 사실상 회삿돈으로 후원금을 기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상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 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실상 편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의원들이 받은 돈 액수가 크지 않고 아직 구체적 로비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처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을 받고 이 중 1억1000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전 수석의 옛 비서관 윤모씨 등 3명을 불러 후원금 출연 과정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비서관 신분인 윤씨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 회사 사업과 연관이 적은 게임 협회에 수억원을 건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전 수석 개입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강 전 사장이 2015년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던 전 수석을 직접 만났고, 롯데홈쇼핑 측이 건넨 기프트카드를 전 수석 가족이 쓴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회를 찾은 전 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일부 보좌진의 일탈에 대해 유감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저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