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巨匠의 세 가지 '코스요리'… 무대가 꽉 찼다

    입력 : 2017.11.14 03:02

    펄먼, 지난 12일 내한 독주회
    백혈병 투병중인 여덟 살 희수군, 공연 후 펄먼 찾아 미니 연주회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는 이츠하크 펄먼.
    12일 예술의전당에서 연주하는 이츠하크 펄먼. /크레디아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펄먼(72)은 안네 조피 무터와 기돈 크레머, 핀커스 주커만, 정경화 등 동시대 거장들 사이에서 단연 첫손 꼽히는 연주자. 12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의 여섯 번째 내한 독주회가 열렸다. 네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펄먼은 전동 휠체어에 몸을 싣고 무대로 미끄러져 나왔다. 그 뒤를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가 따랐다.

    슈베르트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론도'에 이어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드뷔시 바이올린 소나타가 그가 준비한 레퍼토리였다. 변화무쌍한 기교와 입체적 해석이 필요한 슈트라우스 연주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첼리스트 요요 마가 "당신 손가락 하나는 내 손가락 둘을 합친 것과 같다"고 할 만큼 굵은 손가락으로 지판을 누르니 소리가 샐 틈이 없었다. 현(絃)과 직각을 이루는 활 놀림도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펄먼은 자신의 독주회를 '세 가지 코스 요리'에 빗댄다. 미리 선곡한 작품과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선보이는 작품, 앙코르 곡이 순서대로 펼쳐진다는 얘기다. 이날도 그는 악보 뭉치를 뒤적여 코렐리의 '사라방드'부터 사라사테가 편곡한 모슈코프스키의 '기타', 파야의 '스페인 춤곡'까지 즉석에서 작품을 골랐다. 존 윌리엄스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삽입곡이 흘러나올 때 객석은 숨을 죽였다. 나치의 폭압과 유대인 구출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의 영화음악에서 펄먼은 바이올린 솔로를 연주했었다. 애잔한 선율로 시대의 비극을 흐느끼는 그의 연주에 청중은 뜨겁게 호응했다.

    이날 객석엔 다섯 살 때부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싸우는 희수(8)도 있었다. 1층 E블록 18열 7번 자리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소년은 자신의 바이올린 영웅인 펄먼이 서울에서 독주회를 갖는다는 소식에 마스크를 끼고 찾아왔다. 네 살 때 만화영화 '리틀 아인슈타인'을 보다가 바이올린 켜는 모습에 반했던 희수는 부모를 졸라 10만원짜리 연습용 바이올린을 샀고, 날마다 활을 잡았다. 희수 어머니는 "희수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바이올린"이라며 "지금은 근육이 다 빠져 연습도 거의 못하지만, 마취에서 깰 때면 비몽사몽 중에도 '펄먼이 연주하는 음악을 틀어달라'는 아이"라고 했다.

    공연이 끝나자 희수는 바이올린을 들고 펄먼의 대기실로 찾아갔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이 투병 생활로 힘들어하는 희수를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펄먼 앞에서 사흘간 연습한 '유머레스크'를 끝까지 연주한 희수 얼굴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펄먼은 조용히 귀 기울여 연주를 들었고 "잘했다! 활을 현 받침대와 일자가 되게 하면 더 멋질 거야"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바이올린을 켜면 즐거워요. 그분께 '헬로'란 말밖에 못 해서 아쉽지만…. 그분처럼 멋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생애 첫 독주회를 마친 희수가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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