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이혼 말리는 법원

  • 도진기·추리소설 쓰는 변호사

    입력 : 2017.11.14 03:02

    도진기·추리소설 쓰는 변호사
    도진기·추리소설 쓰는 변호사
    목표에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당연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것들. 이를테면 이혼이 그렇다. 법원은 이혼을 줄이려 한다. 예전에는 협의 이혼 절차가 간단했다. 서류를 작성하고 법원에 가서 본인 의사가 맞는다는 확인만 하면 끝났다. 언제부턴가 이혼이 번거로워졌다. 다시 생각해보라며 일단 되돌려 보내는 숙려 기간 제도 같은 것들을 만들어냈는데, 이건 '법원발' 제도이다. 이혼은 신중해야 한다는 모토였지만 이혼을 줄여보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지역 법원별로 의무 면담, 부부 캠프를 실시해 은근히 이혼 감소 경쟁을 하고, 이혼율 1위의 '불명예' 운운하는 기사도 보인다.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난다. 판사 시절 유럽으로 연수를 떠난 무렵 어떤 검사를 만났다. 연수 온 공무원은 몇 가지씩 과제를 받아 리포트를 써야 한다. 그 검사가 한국에서 받아온 주제는 '고소의 감소 방안'이었다. 검사는 프랑스 현지 검사를 찾아가 물었다. "이런 주제를 연구 중인데, 당신네는 고소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프랑스 검사는 의아해하면서 되물었다. "대체 고소를 왜 감소시키려는 겁니까?" 고소가 줄어드는 게 무조건 좋다는 전제 자체를 납득하지 못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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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 문제에도 마찬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혼율의 감소가 절대 선일까. 이혼율의 증가 혹은 감소는 그저 '중립' 아닐까. 결혼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그 수치가 드러낼 수 있을까. 만약 국민이 이혼을 관대하게 보아 준다면 그것으로 된 거 아닐까. 국가가 나서서 이혼을 줄이니 마니 하는 것도 월권 아닐까. 법원은 본인들 의사를 확인만 하면 되지 이혼을 줄이겠다며 나서는 게 맞는 걸까….

    나도 그 반대의 확신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이혼율 감소를 암암리에 국가기관의 정책 목표로 삼아버려도 되는 건지는 의문이 든다. 여기서 내비치는 인식이 이혼자나 자녀들에게 결국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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