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사형 집행 안 할 거면 '감형 없는 종신형'을

  • 김덕중 한국정치문화연구원 회장

    입력 : 2017.11.14 03:08

    김덕중 한국정치문화연구원 회장
    김덕중 한국정치문화연구원 회장
    요즘 들어 잔혹한 살인사건이 부쩍 늘고 있다. 금품을 강탈하려 한 끝에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엔씨소프트 사장 부친 살해 사건, 세칭 '어금니 아빠'가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숨지게 한 엽기적 사건 등이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곧이어 용인에서 잔인한 일가족 살해 사건도 일어났다. 자신의 어머니와 계부, 이복동생을 살해한 후 뉴질랜드로 달아났다가 현지에서 체포돼 지금 국내 송환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대체 왜 이렇듯 인면수심의 살인 행위가 빈발하고 있는가. 범죄 심리 연구자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병리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전문가 집단도 있다. 필자는 이 문제를 법제도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를 느낀다. 누구나 다 알듯 지금 우리 형법에는 엄연히 사형제도가 존치돼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상 사문화된 지가 오래다. 아직도 법관들은 이따금 극악한 살인범들에게 사형을 선고하고는 있지만 1997년 김영삼 정부 말기를 마지막으로 역대 대통령마다 사형 집행을 위한 서명을 한결같이 기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의 교도소마다 사형이 확정된 상당수의 수인들이 기약 없이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사형제 폐지 여부를 놓고 열띤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명색이 민주주의 정치 체제하의 법치국가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행정부와 의회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사형제를 유지할 것인지와 관련해 서둘러 결론을 낼 것을 촉구한다.

    이런 작업과는 별개로 하나의 과도기적 조치라도 하루라도 빨리 취할 것을 제의한다. 현행 형법을 '원 포인트' 개정하자는 것이다. 살인범에게 사형 대신 종신징역형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터다. "사람을 죽이는 등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자연사하는 그날까지 감옥살이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모든 예비 범죄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리 잡게 하자는 얘기다. 물론 감형은 있을 수 없다. 일각에선 감형 없는 무기징역으로 사형을 대체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고, 또 그 실효를 거두기도 어려울 것이다. 사형제 존폐와 관계없이 종신징역형 신설이 차선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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