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남자아이들도 하이힐, 발레치마, 공주 왕관 쓸 수 있어야" 지침 발표

  • 이주영 인턴

    입력 : 2017.11.13 19:17

    영국 성공회가 산하 4700개 학교 교사들에게 보낸 ‘트랜스젠더(transgender) 이슈에 대한 지침에서 “5세 미만의 남자아이들도 원한다면 발레용 치마, 하이힐, 티아라(공주가 쓰는 왕관)를 착용하는 것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영국 매체들이 13일 보도했다.

    영국 성공회는 남자아이들도 '공주 왕관(티아라)'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픽사베이

    성공회의 이 지침은 “아이들이 옷을 입을 때에 성(性)에 따라 제한 받지 말아야 하며, 여자아이들도 원하면 작업용 공구벨트나 소방대원 헬멧을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가 승인한 이 지침은 “아이들이 타인의 판단이나 조롱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누구인지 탐색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발레리나가 입는 튀튀/픽사베이

    영국 성공회 측은 기독교 신앙이나 성경에 의상이나 소지품을 둘러싼 성적(性的) 구분을 직접적으로 부정하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지침은 또 “아이들은 인생에서 여러 의상·소품을 입어보는 단계이며, 아직 성인이 아니므로 어떠한 분류도 고정적이어서는 안 된다”며 “성공회 산하 교사들은 성(性)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오늘날의 성 역할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의 행동을 ‘이상하다’ ‘비정상이다’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를 둘러싼 모든 괴롭힘(bullying)은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자해(自害)와 우울증, 자살을 초래한다”며 “기독교 신학의 중심은 우리 모든 인간이 신(神)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침에 앞서 3년 전, 영국 성공회는 “모든 동성애자는 좋을 수 있으며, 학생들은 다양한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을 존중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영국 성공회의 공식 교리는 여전히 “동성애는 죄악(sinful)이며, 성직자는 결코 동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 사이에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영국의 가톨릭 학교에서는 학생의 부모가 동성 커플인 경우를 고려해서, 입학원서에서 ‘어머니’ ‘아버지’라는 기존 문구를 ‘어머니/후견인’ ‘아버지/보호자’로 수정했다.

    드래그 퀸

    영국의 공립 유아원에서는 성소수자(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드래그 퀸(drag queen)’을 초청하기도 한다. 드래그 퀸은 옷차림, 행동 등에서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영국 성공회 내에서도 보수적인 개신교도들은 이번 지침에 반발한다. 성공회 내 복음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크리스천 컨선(Christian Concern)’의 안드레아 미니치엘로 윌리엄스는 “우리 모두는 괴롭힘(bullying)에 반대하지만, 성공회가 교회의 기존 가르침에 맞서는 아젠다를 추구하는 데에 이들 지침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주교위원회에 참석했다가 사임한 오라 애쉬워스는 성공회가 점점 '이단적'이며 '수정주의적’으로 변해 트렌스젠더 단체의 편의를 도모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